▲11호 태풍 '힌남노'로 많은 비가 내리면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일대가 물에 잠겨있다. 2022.9.6
연합뉴스
"9월 6일 오전 6시 13분 [포항지역 출근시간 안내] 금일 출근시간은 10시 이후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으니, 자택에서 대기하시기 바랍니다."
6일 오전, 회사에서 출근시간을 10시로 늦춘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출근은 미뤄졌고, 창밖에는 빗소리가 시끄러웠다. 철야근무를 하던 친구에게 사진이 계속 들어온다. 회사 곳곳에서 물이 샜고, 지하 실험실은 배수가 되지 않아 물이 차고 있다고 했다.
곧이어 다른 동료들도 연달아 정보를 공유한다. 집 근처의 효자시장이 물에 잠겼고, 어제도 지나갔던 빵집 앞에는 구명보트가 떠다니고 있었다. 곧바로 무섭게 물이 불어난 형산강의 동영상과 도로 곳곳에 설치된 CCTV의 화면이 공유되었다. 물에 잠기지 않은 교차로가 없었고, 여기저기에 지붕만 보이는 차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지하 실험실 침수 심각. 담당자 출근해서 작업 중."
철야근무 중인 동료의 메시지를 받고 나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8시가 되니 비도 잠잠해졌고, 바람도 잦아들었다. 대충 세수만 하고 출근을 했다. 도로 곳곳에 부러진 나뭇가지가 널브러져 있고 흙탕물이 고여있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동영상에 본 것처럼 물에 잠길 만큼은 아니었다.
문제는 지하 실험실이었다. 배수관로에 물이 가득 차서 물이 역류하고 있다고 했고, 내가 도착했을 때는 발목까지 물이 차 있었다. 수중펌프로 물을 밀어내면서 가까스로 바닥의 물을 퍼내고 나니 12시가 되었고, 지상으로 올라왔더니 하늘은 너무도 찬란한 가을이었다.
"방금 전까지 지하에서 물을 퍼내고 왔는데, 하늘이 너무하잖아!"
이것도 고생이라고,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에 '무심한 하늘님'에 투정을 부리는 중인데, 전화가 울린다. 포스코 안에 있는 실험실에서 근무하는 동료였다.
"포스코가 물에 잠겼다. 지하 실험실에도 물이 들이쳐서 장비들이 물에 잠겼다고 하는데, 형산강이 통제되어 들어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