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거니즘 만화 아이와 함께 읽은 나의 비거니즘 만화
김지은
2007년 이후 10년 동안 세계연간 육류 소비량은 1.9% 증가했는데 이는 인구 증가 속도보다 거의 두 배나 빠른 것이라고 한다. 축산업은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18%를 차지하고 이산화 질소의 65%를 배출하는데 이 기체는 지구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보다 296배 높다고 한다.
채식은 환경을 위한 효과적인 실천인 것이다. 마음이 불편하다. 하지만 쉽게 결정할 순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은 내가 요리를 못한다는 것이다. 고기는 그냥 굽기만 하면 되는데. 고기가 없으면 과연 내가 어떤 요리를 할 수 있을까. 데우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이나 밀키트도 고기가 들어간 제품이 많다.
최대한 지속가능한 목표를 생각했다. 일주일에 하루, 고기를 먹지 않는 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책 표지를 딱 덮고 선언하듯 딸에게 말했다.
"매주 목요일은 고기 먹지 않는 날로 하자. 그건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그럼. 매주 목요일은 고기 먹지 않는 날."
그렇게 신중히 생각해 결심했건만 그다음 목요일, 깜박하고 불고기를 볶았다. 볶는 도중 목요일이란 걸 알았지만 '이미 볶은 걸 어쩔 거야' 하고 상에 냈다. 합기도 수업을 마치고 온 아이가 배가 고프다며 손만 겨우 씻고 후다닥 달려와 상 앞에 앉았다. 반찬을 쓱 훑더니 말했다.
"오늘 목요일이잖아. 고기 안 먹는 날."
아이 얼굴에 아무 표정이 없다. 아니다, 약간 날 무시하는 표정... 아니, 실망했다는 표정이었나. 어쨌든 난 머쓱해졌다. 아이는 고기를 한 점도 먹지 않고 된장국을 떠서 밥에 슥슥 비벼 먹고는 다 먹었다며 금세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가 잊었을 줄 알았는데 잊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아이는 비건을 선언했다. 완전 비건은 아니고 고기만 먹지 않겠다고 했다. 책을 보니 아이처럼 생선, 달걀, 유제품까지는 허용하는 채식주의자를 '페스코'라고 했다. 아이는 자기 결심을 나타내려는 듯 백종원 레시피를 찾아 부추전을 부친다. 난 옆에서 순두부찌개를 끓였다.
그날 이후, 매 끼니마다 샐러드를 챙기게 되었고 간식은 손쉽게 에어프라이어기에 돌려먹을 수 있는 치킨 너겟이 아니라 오이 스틱이나 찐 단호박, 쑥인절미 등을 준비했다. 아이는 고기만 먹지 않겠다고 했는데 전반적인 식단이 건강식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