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부산의 부산진 시장 부근에서 ‘전두환 정권 타도’,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외치며 행진하고 있는 시위 군중들의 모습이다. 시위대가 들고 가는 플래카드에는 “폭압의 사슬끊고 민주화로 통일로!”라고 적혀있다.
사단법인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 물결은 민주화투쟁이다. 멀리는 1960년 4.19 독재타도 민주화투쟁으로부터 시작해 1970년대 3공화국 시절을 관통하는 반독재운동을 거쳐 1980년대 5.18과 6.10을 거치는 동안 제도적으로 많은 성과를 얻어낸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과거와 달라진 내용이 있다면 과거엔 권력을 쥔 여당과 이를 타도하려는 야당 사이 혹은 국민과 정권 사이 투쟁 양상이었다면 지금은 각 정당, 사회 각 부문 안에서의 민주화투쟁이라 할 수 있다. 화염병과 최루탄 없이 그러나 가히 도도하게 일어나고 있다.
역사를 거슬러 보면 이런 일이 가능하도록 만든 실마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시작한 합당 정치라고 할 수 있겠다. 군부독재에 항거하여 싸운 민주 투사 김영삼이 집권 전략으로 군부 독재 세력과 합당을 채택함으로써 민주 대 독재(혹은 반민주)의 정당 구도가 옅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들 정당에 대항해 정권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이른바 DJP연합으로 불리는 합당을 함으로써 3~5공화국 군부출신 인사와 민주투사였던 사람들이 함께 정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후 민주주의는 어느 정당의 전유물이 되기 어려웠다.
최근에는 여당 국민의힘이 5.18에 관련한 그간의 잘못된 언동을 사죄함으로써 거대 양당의 변별력이 더욱 낮아졌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당 지도부가 5.18묘역으로 가서 광주항쟁을 북한 지령을 받은 폭도들에 의한 무력행사라고 말했던 과거 행태에 대해 무릎 꿇고 용서를 빌었다. 5월 기념행사에는 소속 의원들이 모두 내려가 그간 금기시하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소리 높여 제창하기도 했다.
상대 정당이 독재와 같은 절대 악과 결별한 상황에서는 '우리'의 결속을 '저들'의 악함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아무리 '저들'을 악하다고 우긴다고 해서 '우리'가 자동적으로 선한 연대체가 되긴 불가능하다. '우리'가 절대 선한 연대체가 되기 위해서는 토론과 논쟁, 연구를 통해 보편적 미래 가치를 끊임없이 찾아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보편적 미래 가치를 찾기 위한 투쟁이 전개되고 있다. 제1공화국을 무너트린 4.19를 대한민국 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시즌 1의 투쟁이라면 1970~80년대 군부를 무너트린 움직임은 시즌 2의 투쟁이라고 명명해볼 수 있다. 지금 한국의 정당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보이는 내부 분열은 과거 민주주의 완성을 위한 시즌 3의 투쟁이며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사의 연속선상에 있다.
시즌 3의 투쟁은 시즌 1과 2의 투쟁이 미완이어서 일어난 일이다. 이제는 특정 세력이 조직화하여 독재와 같은 절대 악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인해 '내 마음 속' 반민주, 비민주와 싸우는 움직임이 한국의 완성된 민주화를 위해 전개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다양하게 보도되는 바람에 직업정치 세계만 두드러져 보이긴 하지만 교육, 경제, 가정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양대 정당의 지도체제에 대한 다양한 도전은 민주화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