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심야노동 철폐 및 노동시간 단축, 돌봄 사회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저임금-장시간·야간노동-과다탄소 배출의 고리
과거 제조업에서 성행하던 야간노동은, 한국의 산업 중심축이 유통·물류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면서 함께 이동했다. 심야 사회를 만드는 고리에 서비스노동자들이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식당, 술집, 영화관 노동자뿐 아니라 대형마트도 처음엔 365일 24시간 영업했다. 폐점 시간과 한 달에 이틀 의무휴업이 생긴 지 고작 10년이다. 한편 마켓컬리나 쿠팡 등 온라인 유통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온라인 배달 물류사업도 함께 부상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마트 온라인 배송 기사나 택배기사 등 물류 서비스노동자들의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극심한 과로와 그로 인한 건강권·생명권 침해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이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이유는 '저임금'이다. 노동자들에게 에어컨은 켜주지 않은 상태로, 축구장보다 큰 물류센터와 배송 차량은 24시간 돌아가며, 이에 따라 소비사회도 가속화되고 있다. 인공태양이 꺼지지 않고 24시간 돌아가는 새로운 공장 "서비스업"을 유지하기 위해 탄소는 과다 배출되고 있다.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구체적 아이디어 두 가지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 유행 시 봉쇄령이 내려지며 주변 공장이 멈춤에 따라, 스모그가 사라져 안 보이던 히말라야가 보였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돌봄은 계속되었다. 인간의 필수조건은 돌봄이며, 그 위상을 높여야 한다. 이는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가치를 전환하고 사회를 편재할 것이냐의 문제다.
돌봄 사회로의 전환이 대안이다. 나와 주변을 잘 돌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돌봄 사회의 핵심 메시지다. 그러나 그것은 심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하다. 현재 서비스업이 불이 꺼지지 않는 새로운 공장이 된 이유는 자본주의적 욕망이 서비스업으로 옮겨간 결과이다. 이에 맞서 나와 주변을 잘 돌볼 수 있다면, 지구를 파괴하는 자본주의적 질서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 아이디어를 아래 두 가지로 제시해본다.
1) 서비스노동자가 스스로를 잘 돌볼 수 있는 일터를 만들자
이는 저임금의 고리를 벗어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안 해도 된다는 것과 같다. 천천히 일하고 많이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필요하다. 특수고용노동자를 비롯한 불안정노동과 차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플랫폼 안전배달제 같은 임금체계를 통해 쫓기지 않고 일할 수 있어야 하며, 노동강도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유통물류업 심야 노동 규제 역시 절실하다. 규제되지 않은 쿠팡 등 물류센터에서 심야 노동을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12~04시에 배송되는 온라인 주문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
2) 에코잡=돌봄일자리의 확산, 돌봄노동 가치 재고
돌봄에 대한 사회 전반의 가치전환을 불러일으키려면, 실제로 존재하는 '돌봄 일자리'에 대한 가치 재고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는 탄소 발생을 과다하게 하지 않는 사회서비스 일자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돌봄노동의 가치를 올리는 것에서부터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이 시작될 수 있다. 팬데믹 시기에도 근무를 계속하며 핵심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청소노동자 등을 '필수 노동자'로 규정하여, 정부 지원으로 임금을 인상했던 캐나다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여 기후위기 시대에 더 절실한 돌봄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이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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