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시인의 시집 '황색예수전2'
실천문학사
제가 이 시를 만난 것은 올해입니다. 2022년 오늘을 사는 저에게 이 시는 군사독재정권과 싸우는 투사로서의 시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투쟁의 시'로 느껴집니다. 오늘 우리의 삶도 80년대 못지않은 투쟁의 연속입니다. 다만, 1980년대는 '민주화'라는 투쟁의 목적이 뚜렷했지만, 오늘 우리의 투쟁은 다변화되었습니다.
짐작하셨듯 이 시집의 첫 주인은 제가 아닙니다. 이 시집은 1984년 발행되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에게 정가 1800원에 달하는 시집을 살 수 있었던 용돈도 없었을 뿐더러, 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이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후입니다.
이 책을 비롯해 다섯 권의 시집을 5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정가로 따진다면 8, 9배는 더 준 셈입니다. 모두 한 사람이 소장했던 시집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 시집이 중고 책방까지 흘러나왔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때 매우 소중하게 다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이 샀던 시집 백무산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청사)에는 부인이 된 자신이 여자 친구에게 쓴 다소 긴 메모도 눈에 보입니다. 중고 시집에서 가끔 발견할 수 있는 애틋함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