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키우고 이웃과 나누는 활동을 제안하는 [컷플라워 가드닝 캠페인] 키트
마인드풀가드너스
- 두 분은 어떻게 가드닝(gardening)과 정원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진아 "아이 초등학교 시절에 6년 정도 작은 마당에 있는 집에서 살던 적이 있었어요. 아이와 함께 식물을 심고 가꾸고 나누며, 마당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보고 많은 걸 배웠어요. 팍팍했던 일상에 힐링도 받고, 힘들었던 일들도 치유되더라고요. 온 가족과 함께한 경험이 있다 보니 김현아 대표님의 활동에도 많은 공감대가 있었고, 커뮤니티에도 참여해보면서 더욱 정원 활동에 몰입해보고 싶었어요. 이전에 비영리재단에서 모금·배분하는 활동을 했었는데, 연장선상에서 정원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수확물을 가지고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마인드풀가드너스는 해왔던 일을 마무리하며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이자 삶의 마지막 활동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현아 "저도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는데, 전 직장에서 겪은 번아웃을 식물을 통해 위로받으면서 몰입하게 되었어요. 비영리단체의 일을 식물과 정원과 관련한 일로 전환해볼까 고민하던 중, 일하던 곳에 안식년 제도가 있어서 정원 여행을 다녀왔어요. 여행의 말미에 도시재생 사례로 유명한 영국 킹스크로스 지역의 커뮤니티 정원을 방문했는데, 비영리활동과 정원의 접목이 가능하다는 걸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게 되었어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해에 직접적인 사업으로 활동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일을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 킹스크로스의 정원이 궁금해지는데요. 어떤 점에 매력을 느끼신 건가요?
현아 "커뮤니티 정원(community gardening)은 지역주민들이 함께 개방된 공간의 정원을 가꾸며 다양한 활동을 이루는 공간이에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하는 활동이면서도 자연을 접하며 자연과 함께하는 방법을 찾는 활동이라 굉장히 좋은 접근이라 생각해요. 영국 킹스크로스의 정원도 런던 주민들의 지친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커뮤니티 가드닝을 운영하는 정원을 설치하고, 그 공간에서 지역주민과 여러 지역주체들이 함께 토론하며 방향을 정하고 협의해나간 활동 사례에요.
기사의 활자로 접했던 걸 현장에서 직접 보니, 함께 식물을 함께 키우고, 음식도 만들어먹는 과정이 갈등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현장에 정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더라고요. 제가 이전에 활동한 단체의 비전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정원 활동이 촉매제로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걸 생각하게 된 계기였어요."
- 마인드풀가드너스의 커뮤니티 정원 활동 사례도 있나요?
현아 "이전에 일하던 직장에서 안식년을 다녀온 후, 바로 단체를 만들지 않고 프로젝트로 커뮤니티 정원을 운영했어요. 멤버들과 함께 3년 간 텃밭을 빌려서 채소가 아닌 꽃을 키워봤는데, 꽃이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주변에도 나눠드렸거든요. 직접 가꾼 꽃을 나누는 일도 즐거웠고, 무엇보다 받는 분들도 기뻐해주시니 큰 보람을 느꼈어요. 이때의 3년을 바탕으로 인큐베이팅 사업지원을 받고 지금의 마인드풀가드너스가 된 거예요.
해외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조례와 정책으로 시민들에게 커뮤니티 정원을 지원하는 일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한국에서도 커뮤니티 정원 관련 교육이나 활동이 이뤄지기는 하지만, 주민에게 정원 용도의 부지를 제공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정원 활동을 할 땅이 없어서 대안적인 공간을 발굴해야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공간을 쓸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고, 땅을 확보하기 어려운 서울 시내에서도 정원을 가진 공공기관과 사회복지기관을 발견하게 된 거죠. 기관은 자체적으로 정원을 가꿀만한 인력과 예산은 없지만 공동체를 지원하는 서비스도 제공하잖아요. 부지를 가진 기관에 인적·물적 자원을 가진 그룹을 연결해드리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상반기에 시범적으로 아동복지기관과 기업 직원들의 자원봉사 동아리를 연결해 화단을 조성하고, '컷플라워 가드닝 캠페인'을 통해 아이들과 직원들이 함께 정원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어요. 최근 들어서는 인근 지역주민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해보면 어떨까 싶어서 복지기관 센터장님과 치유정원을 만드는 것에 대해 논의 중이에요. 이렇게 지역의 여러 주체들과 자원을 연결한다면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정원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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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된다면 도전해보고 싶네요. 초심자들에게 추천할만한 정원 활동 입문 방법이 있을까요?
진아 "가장 쉬운 방법은 '게릴라 가드닝'이에요. 길거리를 다니다가 주변의 빈 땅이나 자투리땅에 씨드볼-씨앗이 들어있는 작은 흙-을 던져서 자연스럽게 자생이 되게 하는 방법이에요. 특별한 돌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방식의 정원 활동으로, 어느 곳에 둘지 고민하고 자연환경에서 잘 살아남았는지 확인만 하면 돼요. 다음으로는 흔히 볼 수 있는 '주말 농장'이나 '텃밭'을 빌려서 하는 방법이에요. 먹는 채소뿐만 아니라 꽃도 같이 심어서 키울 수 있거든요. 키운 꽃을 수확해서 주변 분들과 나누는 활동도 정원활동 중 하나에요.
요즘 정원과 커뮤니티 활동에 대해 지자체 차원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마인드풀가드너스 차원에서는 인근 도서관이나 관공서에 기획을 제안해서 함께할 동료와 땅을 확보하고, 옥상이나 작은 마당에서 정원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캠페인도 진행했어요. 더 궁금하신 분들은 커뮤니티 정원 활동을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해 발행한
<살피는 아름다움이 있는 정원 활동을 위한 안내서>를 참고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현아 "저희는 이전부터 정원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 분들을 인터뷰하고 블로그 포스팅하는 일들도 오래 해왔는데요. 개중 한 분이 무언가를 심고 바꾸고 하기 이전에 '관찰'을 먼저 해보라는 제안을 주셨어요. 자세히 보고 알아가는 순간 애정이 생기고, 그 다음 관계가 형성이 된다는 말씀이셨어요. 직접 식물을 키우고 가꾸는 과정이 아니더라도, 도시 안의 가로수를 관찰하거나 일상 속 공간의 주변부를 관찰하는 것에서 부터 출발해도 충분히 가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