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는 말을 복기해 본다. 국정 지지율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시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약하자면 '언론에서 장관들만 보이고 대통령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와도 좋다. 스타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주문이었다.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이 차츰 눈에 보일 만큼 하향 곡선을 타던 바로 그 시점, 오죽 답답했을 대통령은 핵심 참모와 장관들이 모인 회의에서 주요 정책들에 대한 알리기, 즉 '홍보'를 강조하며 발언한 것이다.
강력한 당부가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그 다음날부터 대통령실의 수석과 장관들은 이전과는 달리 언론에 적극적으로 출동하기 시작했다. 이름도 가물하던 시민사회수석은 갑자기 다수의 라디오 프로에 빈번하게 등장했으며, 당시 홍보수석은 처음으로 기자실을 찾았다면서 언론에 얼굴을 트기 시작했다.
비서실장은 '저 누군지 모르시죠'라는 멘트와 함께 기자들과 마주 앉아 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질병관리청장도 직접 브리퍼로 등장하는 횟수를 늘린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진 전 교육부장관 또한, 만 5세 입학 추진에 대해 다수의 장소에 나타나 의도와 의미를 애써 해명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시선을 몰고 다니던 법무부장관은 기자들과의 티타임 부활을 알리는 한편, 청와대 대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브리핑 시간까지 연장하며 언론과 대중을 향한 노출을 늘렸다.
그날 이후, 취임 약 120일이 경과한 최근까지도 수석과 대변인, 장관들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려는 노력은 여전한 기조로 보인다. 다양한 구설에도 굳건한 다른 수석들과는 달리, 유독 홍보 파트에 새로운 선수를 등판시킨 점만 봐도 향후 홍보에 더욱 힘을 줄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나름 홍보 성과는 있었지만... 그렇다면 홍보 효과는? 지지율을 보라
대통령이 '출동'을 외친 그 시점 이후 빅데이터를 통한 추이를 살펴보면, '스타'까지는 몰라도 분명 물리적 수치들에서 변화는 뚜렷하다. 국정의 개별 스피커들이 누구인지, 핵심 참모들의 목소리와 주장은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의 '홍보' 성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뜻이다. 주요 수석들을 중심으로 장관들까지 데이터에 잡히는 분량은 상당한 기울기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같은 결과는 현 정부의 국정 관련 실제적인 홍보 '효과 (Effectiveness)'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는 질적인 결과를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미디어 노출(Exposure)에 집중했던 홍보 노력이 일부의 경우 차라리 부정적 효과로 갈무리 됐음도 수치와 사례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정 지지율은 여전히 27%대에 머물고 있다.
홍보를 오로지 노출, 즉 '얼마나 많이 알렸는가?'라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로만 판단한다면 그간의 노력에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관련 인사들이 언급된 '양'이 일단 빅데이터 상에서 크게 늘었으니 말이다. 지지율의 등락에는 홍보 말고도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 같은 현상에 대한 하나의 가정적 설명으로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치인 그리고 공적 인사들이 갖는 '홍보'에 대해 착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홍보와, 홍보의 영문 표현인 PR(Public Relations) 사이에는 사실 놀랍도록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결국 홍보만 피상적으로 알 뿐, 정작 PR에 대해서는 모르는 결과로 이어진다. 홍보의 한자를 보면, 넓을 홍(弘)에 알릴 보(報), 즉 '넓게 알린다'는 수준에 멈춰 있다.
어이없는 번역 때문인지, 정치인들을 포함한 다수는 홍보의 궁극적 목표이자 핵심을 오로지 무엇인가를 가능한 다수에게 알리는 것이라 오해하기 일쑤다. 결정적 오류이며, 모든 패착의 출발이다. 대통령의 스타 장관 주문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자신의 부고 말고는 뭐든 언론에 언급되면 좋다고 믿는 여야 정치인들도 비슷해 보인다.
각급 공공기관의 홍보를 담당하는 인사들이 가진 홍보의 정의도 유사해 보이고 말이다. 무조건 많이 알려지면, 그것이 곧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순진하고 비과학적인 바람일 뿐이다. 사실 홍보가 가져야 하는 핵심은 영어 표현의 PR에서 뒷 단어인 'Relations'에 있다.
Relations는 알리기만으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 최종적 결과의 차원이며, 실제적이고 장기적인 효과를 뜻하는 개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을 다수가 알게 만드는 작업은 딱 기본이고, 궁극적 지향은 목표 공중과의 호의적 관계를 어떻게 장기적으로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홍보와 PR의 결정적 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