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하늘 아래 F-5 프리덤 파이터의 모습.
오창환
1950년대 말에 구소련에서 개발된 MiG-21은 성능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가 편리해서 사회주의 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게다가 그때는 냉전이 극에 달한 때라 소련이 미그기를 대량으로 제작해 자기 진영에 저렴하게 공급했다. 미그기는 베트남이나 중동전에서 큰 활약을 하였고, 누적 생산대수가 무려 11,000대에 달해 현재까지 가장 많이 생산된 제트 전투기 기록을 갖고 있다.
미국은 당시 F-4 팬텀이라는 초고성능 전투기가 있었지만 너무 가격이 비쌌고 보안을 요하는 기술이 많이 적용되어 다른 나라에 함부로 제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그기에 대항해서 동맹국에 공급할 목적의 경량 초음속 전투기를 제작하는데 그 비행기가 F-5다. 자유의 투사라는 F-5의 별칭은 그렇게 정해졌다.
한국 공군도 1965년 F-5 비행기 20기를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초음속 전투기 시대를 개막하였다. 항공대에 전시된 비행기가 이 모델이다. 미그기가 업그레이드됨에 따라 미국도 성능을 보강한 F-5E/F 타이거 투(TigerⅡ)를 개발한다. 우리나라는 1974년 월남 공군이 사용하던 19기의 F-5E를 이전받으면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1982년부터는 라이센스 생산도 시작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KF-5E/F 제공호로 현재도 한국 공군의 주요 전력 중 하나다.
1959년에 초도 비행을 한 모델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인데, F-5는 비행 거리가 짧고 전자 장비가 부족하지만 긴급 출격 능력이 뛰어나고, 특히 선회력이 좋이 공중전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항공기 간의 근접 공중전을 도그 파이트(dog fight)라고 한다. 개싸움에서는 서로 뒤쪽을 물려고 하는데 개들은 뒤쪽을 잡히면 반격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전투기도 뒤쪽 방어가 마땅치 않아 근접 공중전에서는 적기의 뒤를 잡는 싸움이 중요한데, 마치 개싸움과 같다. F-5는 도그 파이트에 최적화된 전투기다.
지금도 공중전 훈련 시 탑건 교관들이 구닥다리 F-5 가상 적기를 타고 최신예 전투기를 모는 신참 조종사들을 혼내주며 신참들에게 조종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친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2030년까지 F-5를 가상 적기로 사용하기로 했다.
F-5를 실물로 보니 참 작긴 하다. 길이와 너비가 크지 않을 뿐더러 앞에서 보면 비행기의 폭이 좀 과장하면 덩치 큰사람의 어깨 폭밖에 되질 않는다. 크고 무거운 최신예 전투기가 벤츠 S클래스라면 이 비행기는 작고 기동력이 좋은 포르셰 같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