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시장에 들렀다시금치는 채소를 파는 가게에서도 잘 보이지도 않았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아예 갖다 놓지 않는 것 같았다.
박정선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 우리 집도 명절에는 나물 몇 가지로 비빔밥을 해서 탕국과 함께 먹는데, 이번 추석에는 시금치나물을 대신할 다른 식재료로 뭘 할까 생각해야 했다. '그래, 미역을 볶아야겠네.' 부산에서는 미역을 볶아서 비빔밥에 넣어 먹으니 아쉬운 대로 그렇게 해야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뉴스를 보니 8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7개월 만에 주춤한다며 물가 상승세가 점차 완화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고 한다. 그러나 '조심스럽다'는 말처럼, 현실에서는 와닿지 않는 뉴스다.
추석이 코 앞인데도 '역시 추석이라고 물량을 많이 풀었나? 가격이 좀 내려갔네'를 느낄 수가 없다. 시장이나 마트를 가 보니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물가가 추석을 앞두고 더 올랐으면 올랐지 떨어져 있진 않았다.
10원 받으려고 이렇게까지... 따라하면서도 '씁쓸'
요즘 MZ세대들 사이에서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이다. 인터넷에서 '무지출 챌린지'를 검색하면 MZ세대들이 앞다퉈 더 좋은 아이디어를 올려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배달 음식을 많이 시켜 먹던 것도 무지출 챌린지를 시작하면서 점차 줄이는 추세다. 그런데 앞으로는 배달비에 이어 포장비(업계에서는 포장 중개 수수료라고 하는)까지 받는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커뮤니티 댓글에선, 배달앱을 삭제하는 것을 넘어 아예 '배달앱을 집 주변 새로 생긴 맛집을 찾는 맛집 지도로 봐야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봤다.
'어휴, 이렇게 고물가 상황이 계속된다면 우리 X세대도 MZ세대들이 하는 방식을 배워 무지출 챌린지를 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나도 얼마전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하다가 MZ세대들이 무지출 챌린지를 위해 필수로 깐다는 '걸어서 포인트를 모으는 앱'을 깔았다. 그리고 앱을 자주 들락날락하며 그들처럼 10원, 20원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모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하고 있는 게 있기는 했다. 대표적인 것이 저녁을 먹고 나서 엄마와 함께 산책 겸 집 앞 마트를 가는 것이다. 마감 세일을 노리면서. 하지만 그것도 매일은 안 된다. 살 것도 딱히 없는데 구경삼아 갔다가 견물생심이라고 꼭 물건 하나를 들고 집으로 오게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