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선물은 마음을 주고 받는 일이 아닐까
pixabay
십수 년 직장생활 동안 상사가 또 바뀌고 업무도 바뀌고, 시대까지 바뀌었다. 김영란 법이라는 새 시대의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이 법은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됐다.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취지는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포함한 공직자의 부정 청탁 및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것이다. 해당되는 사람이 제한적인 만큼 부정부패 금지가 목적이지 고작 몇 만 원 몇 십만 원의 위반을 발본색원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법에 따라 2016년부터 명절 선물 금액에 마지노선이 정해졌다. 법이 정한 대상과 관련한 사람 간에는 기준을 초과하는 선물이 오갈 수 없게 되었다. 직무와 연관 있는 공직자에게 주는 선물은 5만 원으로 제한된다. 선물은 상관없지만, 상품권이나 기프티콘 같은 유가증권은 5만 원 이하여도 안 된다. 선물 종류 중 농축수산물은 2016년 5만 원에서 2018년부터 10만 원까지로 상향했고, 올해는 상한선을 20만 원까지 높였다.
김영란 법이 막 시행됐을 당시에는 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선물이 소박해질 수밖에 없었다. 주는 사람의 생색도 줄고 받는 사람의 기대도 크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아예 명절 선물을 없애는 기업도 늘었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15년 다니던 회사에서도 김영란 법 시행 몇 년 후 명절 선물을 없앴다. 이직한 회사는 개인이든, 업체 간이든 대내외적으로 선물 주고받는 것이 애초부터 금지였다. 선물을 고민하고 주소를 확인해 명단을 작성하던 담당자 입장에서 명절을 맞이하는 마음은 한결 가볍다.
요즘 사회 분위기는 내키지 않는 선물을 형식적으로 전하던 수직 관계가 많이 개선되었다. 모두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진정한 마음 한 조각 나누고 싶은 이에게 진심 어린 선물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십수 년 직장 생활, 명절 즈음의 퇴근길에도 평소처럼 양손이 가볍다. 그 어디에서도 집으로 날아드는 선물이 없다. 선물은 결국 마음의 빚이다. 카카오톡 기프티콘 하나를 받으면 다시 하나를 발송하는 것처럼 안 주고 안 받는 문화나 혹은 진정한 마음으로 전하는 선물, 테이크하지 않아도 되는 마음 하나면 충분하지 않을까.
명절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은 이미 넘칠 만큼 풍성하다. 굳이 명절에 물질적인 무언가가 오가야 맛은 아니다. 가족 간 넉넉한 정과 푸짐한 마음의 여유를 실컷 주고받으면 그만이다.
시민기자 그룹 '꽃중년의 글쓰기'는 70년대생 중년 남성들의 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
세상의 모든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직장인,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아빠, 매 순간을 글로 즐기는 기록자. 글 속에 나를 담아 내면을 가꾸는 어쩌다 어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