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홍재 <평화를 빕니다>먹으로 일필휘지한 최근의 작업/ 간결하지만 많은 의미를 준다.
심홍재
일필휘지에 의한 획의 힘은 이제까지 해온 화업의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 획 안에는 60년간 살면서 겪은 수많은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이제껏 쌓아왔던 내공으로 먹드로잉을 한 <평화를 빕니다> 연작이다.
여기 형상은 팔을 벌리고 하늘을 향해 기원하는 모습처럼 보이지만, 십자가이기도 하고 예수의 현현이기도 하다. 심홍재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이들의 형상이기도 한 것이다. 검은색 인간의 형상 안에는 삼라만상과 그 삼라만상의 팽창(발생)과 수축이 들어 있다. 검은색은 모든 색을 가지고 있다. 또한, 검은색은 암흑, '무(없을)'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 간단한 검은색 형상 앞에서 잠시 숙연해진다.
옛 자개 가구들에서 작가가 힘있게 쓴 '획' 부분을 도려내어 갈고 회화에 부착시킨다. 마지막엔 레진 코팅을 하여 마무리되는 작업은 이제 이 작가를 자개를 활용한 독보적인 작가로 만들었다. 여러 좋은 작품이 있지만, 오늘은 작품 <포옹>만 다루겠다. <포옹>은 그가 이제 대가라는 말을 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나의 점에서 지구, 우주까지 상징할 수 있는 원형 틀부터 마음에 든다. 붉은색의 바탕 위에 힘차게,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형상들(그만이 뿜어내는 '획"들), 그 형상들의 검은색 바탕 위에서 반짝이는 자개의 광채, 거기에 옥색 형태들이 뿜어내는 묘한 신비감(고색창연한 골목에서 헤어져야 하는 연인의 마지막 키스 같은 느낌)까지, 이 모든 것이 총합으로 강렬한 미적 쾌감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