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인뉴스
앞서 황세인(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숙박업소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의 대안으로 모텔과 여관을 개조한 서비스지원주택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숙박업소 안 떠나려는 사람들... 등떠미는 게 능사 아냐" http://omn.kr/20ex4)
그는 서비스지원주택이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주택을 통한 주거상향의 전 단계라고 규정했다. 전 서비스지원주택에 머물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의 생각도 비슷했다. 장 소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방법은 '준공영제 주택'이다.
노후화된 숙박시설을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냉·난방 등 환경을 개선해주고 임대료 인상 제한 등 기준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공공주택의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중간단계로 시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겨울보다 여름나기가 더 힘든 쪽방촌
장 소장이 활동하는 대구쪽방상담소는 8월 현재 667명의 쪽방 거주자를 지원관리한다. 이 단체는 현장 방문을 통해 거주자들의 건강 상태와 애로를 청취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일을 한다. 또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부받은 물품을 나눠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대구시는 우리나라 도시 중 여름 폭염이 가장 심한 곳 중 한 곳이다. '아프리카'에 빗대 '대프리카'라는 말도 나오는데, '대프리카' 대구의 쪽방촌 주민들도 여름이 힘들 긴 매한가지다.
냉·난방이 안 되는 숙박업소 거주자들은 겨울 추위보다 여름 더위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대구쪽방상담소는 대구시의 예산으로 숙박업소 거주자들에게 여름 폭염기간에 냉방이 되는 모텔에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담당했다.
장 소장에 따르면 이 사업에 지원된 예산은 2000만 원이다. 한 사람에게 숙박업소 거주비로 월 40만 원이 책정됐다. 아이디어는 호평을 받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장 소장은 "50만~60만 원을 줘도 방을 못 구한다"며라 "처음에는 한층, 한 동 전체를 구해 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결국 한 호씩 한 호씩 구하거나 쪽방 주민들이 본인 사는 인근에 구하면 집주인과 우리가 계약해서 방값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혹서기 모텔비 지원 사업은 어떤 과정에서 나오게 됐을까. 장 소장에 따르면 1차 분기점은 2018년이다. 당시 정부가 '폭염'을 재난으로 공식 인정하자 재난기금으로 폭염에 따른 물품이나 비품의 재난예산 지원이 가능해졌다.
2차 분기점은 코로나 대유행이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대구시는 여름철 운영하던 '무더위 쉼터 폭염대피소' 운영을 공식중단했다. 장 소장은 "우리가 지원관리하는 이들이 667명인데 95% 이상이 여관·여인숙에 거주한다. 이곳의 대다수가 냉난방이 안 된다"면서 "쪽방촌 주민들은 한창 더울 때 방 안에 있는 게 더 위험하다. 가까운 관공서나 은행·무더위쉼터에 가서 쉬고 저녁에 선선해지면 집에서 쉬는데 폭염대피소 운영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이들이 거주하는 숙박업소에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장 소장은 "대구시와 냉방기를 지원 할 방안을 찾았다"라며 "막상 시작해보니 숙박업소가 낡아 에어컨을 설치할 물리적 환경이 안 된다거나 전기용량 자체가 작아서 혹은 전선이 노후돼서 에어컨을 못 트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컨을 설치한 후에) 집주인이나 관리인들이 전기료를 인상했다"면서 "틀 수 있는 집들도 주인들이 3만~5만 원 상당의 전기세를 추가로 달라고 했다. 세입자 주민 입장에서는 평균소득의 50만~70만 원 되는데, 그중에서 5만원 뚝 떼서 전기세로 쓰는 건 쉬운 것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에어컨을 구해 드린다고 해도 거부하시는 분들이 계셨다"고 씁쓸해했다.
'급세권'이 중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