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하인리히젠(Friedrich Heinrichsen)의 아트북 '장난감병정'
Foto: Klingspor Museum
예술과 인쇄술의 만남
클링스포르 박물관의 도로테에 아데르(Dorothee Ader) 관장은 기자와 주고 받은 메일 대화에서 박물관 소장품을 한국에서 전시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생긴 것이 무척 기쁘다고 하며 클링스포르 박물관 소장품 전시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한다.
"직지 축제를 여는 청주는 책과 인쇄의 역사에서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 중 하나다. 세계 최초 활자인쇄본 직지심체요절은 인류 문화 기술의 큰 궤적을 남겼다. 유럽에서는 몇 십 년 후에야 요한 구텐베르크의 발명으로 그와 비슷한 기술이 자리를 잡으며 정신의 진정한 혁명을 이루었다. 우리 모두 수혜자들이다. 클링스포르 박물관의 소장품들은 20세기와 21세기 예술가들과 조형미술가들이 인쇄술의 성과를 이용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을 전해준다."
오펜바흐 시장 펠릭스 슈벤케 박사(Dr. Felix Schwenke)는 전시 도록의 서문을 통해‚ 오펜바흐의 클링스포르 활자주조소에서 일어난 일은 '문자의 의미를 새롭게 한 개혁'이라고 한다. 당대의 시각예술가들이 만든 활자 서체는 문자를 '눈에 보이는 시처럼 드러나게' 하고 '단순한 의미 전달의 기호가 아닌 함축적인 형상'이 되어 "그 시대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다. 1900년 전후를 풍미한 유겐트스틸이나 1920년대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서 추구한 상업과 미학의 결합, 문자의 기능과 미학의 결합, 화려함과 불안의 혼재, 분출과 화석화의 오버랩 등에 대해 역사적 평가는 완결된 듯하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불안한 시대 속에서 새로움을 추구한 그때 그 사람들이 지금 여기 있다면 어떤 서체, 어떤 아트북을 만들까? 로베르트 슈바르츠가 횔덜린의 미완성 비극 '엠페도클레스'로 아트북을 만든 것은 그런 질문에 대한 작은 답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