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사정
픽사베이
'무지출 챌린지'는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 속에서 '플렉스'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것이다. 무지출 챌린지를 간단히 정의하자면, 꼭 필요한 물건 이외에는 소비를 하지 않고, '무지출'의 날을 늘려가는 도전을 의미한다. 자기가 계획한 만큼 지출하고 SNS에 '인증'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무지출 챌린지에 참여하겠노라 다짐한 적은 없었지만, 그 방향성에 공감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가계부 앱으로 지출 내역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랐다. 커피와 맥주에 쓴 돈이 이렇게 많았다니! 그뿐이 아니다. '외출한 김에' 외식을 했다가, 맛에 실망한 날도 적지 않았다. 충동적인 소비, 후회만 남는 소비를 줄여야 했다. 일주일에 이틀 정도는 돈을 쓰지 않는 날이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물론 아직 실천한 적은 없다).
우선 카페의 유혹에서 조금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한 잔에 400원꼴인 캡슐 커피를 여럿 사 놓고, 외출할 때는 텀블러에 넣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어 나간다. 그렇게 아낀 커피값이 수십만 원이다. 나머지 돈은 고스란히 적금 통장으로 향한다.
일주일에 4~5회씩 사 마시던 맥주 역시 줄이기로 했다. 오히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정말 먹고 싶었던 수제 맥주를 사 마시는 것이 더 즐겁다. 정말 가고 싶었던 식당이 아니라면 애써 가지 않는다. 애매하게 외식을 하느니, 집에서 알뜰하게 먹는 집밥이 더 맛나고, 즐거웠다.
고정적인 지출 내역 역시 살펴보았다. 몇 가지를 내려놓을 결심이 필요했다. 콘텐츠의 유행을 챙겨야 한다는 명목 아래 4개의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정작 결제는 해 놓고, 한 달 넘게 접속도 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OTT 두 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두 개는 고민 없이 해지했다. 아쉬움일랑 남지 않았다.
한 달에 5만 원 이상 빠져나가고 있던 스마트폰 요금제 역시 알뜰폰 요금제로 바꾼 후, 50% 이상 통신비를 아꼈다. 옷을 구매하는 빈도가 줄긴 했지만, 계절에 맞는 옷을 아예 사지 않을 수는 없었다. 매 시즌 신상품을 챙기기보다, 예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눈을 돌렸다. 품절 때문에 놓친 재킷을 반의 반 값에 얻는 행운도 만끽했다.
안 쓰기보다 소비생활 점검부터
나도 모르게 참여하고 있던 무지출 챌린지. 아직은 순기능이 돋보인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그렇게 아낀 여윳돈을 정말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다. 가고 싶었던 팝 뮤지션의 내한 공연이나 가족과 애인을 위한 선물 등이 좋은 예다. 무지출 챌린지의 지향점은 '무소비'가 아니라 '현명한 소비'라고 믿는다.
그러니 '무지출 챌린지'를 한다는 명목 하에 한 끼를 굶는다거나,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세우지는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저마다의 삶과도 맞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소비 생활을 한 번씩이라도 점검해보는 일 정도는 권할 만하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이렇게 고물가 시대를 살아갈 지혜를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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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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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앱 열었다가... 이 지출 내역에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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