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 둘레길에서 바라보는 충주호. 탁트인 조망이 걷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이보환
도깨비 같은 날씨다. 금방 지나친 동네는 쨍쨍한데 터널을 지나자마자 비가 내린다. 요즘 걸으려면 우산, 우의는 필수다. 오늘은 온천으로 유명했던 곳. 충북 충주시 수안보 주변을 찾았다. 걷다 보면 이렇게 좋은 곳이 싶었나 느낄 때가 많다. 충주는 월악산과 충주호를 갖고 있는 데다 지형이 대체로 평평하다. 사는 분들도 유순하다.
충주시 살미면 내사리에서 신매리로 이어지는 충주호 둘레길. 오른쪽으로는 충주호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한적한 시골마을 신작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정표가 나타났다. 충주댐 26km, 충주 23km라는 표시가 반갑다. 여기저기 걷다보니 생소한 길에서 만나는 표식의 중요성을 매번 느낀다.
아는 길이라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모르면 시간적, 경제적으로 공을 들여야 한다. 어떨 때는 불편함을 넘어 안전에도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오늘 걷는 이 길 주변은 온통 과수원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복숭아, 곳곳에 사과나무도 있으리라. 은근한 오르막이 운동강도를 높여준다. 등줄기를 타고 땀이 줄줄 흐른다. 어쩌다 부는 바람은 과일향처럼 달콤하고 사이다 같이 시원하다.
충주호의 수려한 경관에 걸음을 멈춘다. 충주호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이라 그런지 묘지가 많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되기 이전 사람들이 많아 살아서 그럴 것이라는 추측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