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경농원 고추박사 강헌기씨
주간함양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현관문 고리에 까만 봉지가 매달려있다. 문 앞에 먹을 것이 쌓여있을 때도 있다. 물건만 봐도, 채소 다듬어놓은 형태만 봐도 누가 전해준 것인지 알 수 있다. 아내의 고향인 경남 함양군 서하면 월평마을로 귀농한 지 7년 차. 처음 귀농했을 때는 곁을 내 주지 않던 마을 사람들이 하루에도 열두 번 인사했더니 형님, 동생이라 불러주었다.
올해부터 마을 이장도 맡게 됐다. 마을이장도 하고 귀농귀촌연합회장과 체류형농업창업지원센터교육생을 위해 멘토 역할도 하며 귀농인의 정착을 돕는 강헌기씨. 고추 수확이 한창인 요즘 고추농가 취재를 위해 수소문했더니 강헌기씨가 추천자로 지목됐다. 수십 년 고추농사를 짓는 농민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이 빗나갔다.
강씨의 고추밭은 일반농가와 모양새가 조금 달랐다. 고랑의 간격이 넓었고 고추가 심어 있는 두둑도 높이는 낮되 넓었다. 비닐 멀칭을 하는 대신 제초매트가 깔려 있었다. 제초매트 아래에는 일정한 물과 양분공급이 용이한 관수시설인 점적호스가 설치돼 있었다.
두둑을 좁게 하여 일자 형태로 키우는 것보다 키를 억제하여 옆으로 자라도록 하면 열매가 많이 달린다. 제초매트는 비닐멀칭과 비교했을 때 장단점이 있다. 비닐멀칭은 고추 정식을 한 후 냉해피해는 적게 받을지 모르겠으나 7~8월 고온기 때는 지열을 높이는 단점이 있다. 올해처럼 냉해피해가 컸을 때는 애를 먹긴 했지만 냉해를 견디고 난 지금은 바람이 통하고 수분흡수도 잘 되는 제초매트를 깔기 잘했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