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제19사단이 장성순에게 발행한 '귀순지증'독립운동단체 간도국민회의 제1남지방회 경호부장으로 있던 장성순이 일본군 제19사단에 '귀순'(투항)하면서 받은 '귀순지증'(1920. 11. 31).
동아일보
장성순의 행적에 대한 의구심은 일제에 투항했다는 사실로 그치지 않는다. 일제의 재중임시대리공사 요시다 이사부로(吉田伊三郞)가 일본 외무대신 우치다 야스야(內田康哉)에게 보낸 비밀보고서 <조선측 경찰이 조선인 김순 등을 구인시킨 것에 관한 건>(1921. 6. 27)에 등장하는 '대한국민회(간도국민회)에 대한 보고'에 따르면 대부분 주요 간부에 대한 기록만 보인다.
그런데 장성순이 속해 있던 제1남지방회(회장 마용하)에서는 유독 경호부장 장성순은 물론 경호원의 이름이 31명이나 등장한다. 이들 중 최정수, 최인선 등 상당수가 1921년 일제에 연이어 체포돼 재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점 역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일련의 사건이 장성순의 입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최근 초대 행안부 경찰국장에 임명된 김순호의 1980년대 '밀정 의혹'은 언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다. 경찰국 신설 자체도 문제지만, 초대 경찰국장에 하필 '밀정 의혹'을 받고 있는 인사를 앉힌 것은 '민주화운동 역사에 대한 모독'이자 '경찰을 과거 군사독재 시절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던 시절로 되돌리려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제77주년 8.15 광복절 경축식장에서 독립운동을 뒤로 하고 일제에 귀순한 장성순의 후손을 대통령 바로 옆자리에 앉히는 일이 발생했다. 기묘한 일이다.
대통령실 "좌석 배정 등은 행안부·보훈처 등과 협의"
장성순의 후손은 어떻게 대통령 바로 옆 자리에 앉게 됐을까.
대통령실 측은 '8.15 경축식 때 자리 배치를 주관한 곳이 어디인지'와 '당시 자리를 배치한 기준이 무엇인지'를 묻는 <오마이뉴스> 질의에 "광복절 경축식의 좌석배정 등 진행사항은 독립유공자 후손분들을 최대한 예우한다는 기본 방향에 따라 이뤄졌다"면서 "대통령실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보훈처 등 관계 기관 간의 협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장성순의 과거 행적 등에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추가적인 질의가 필요하다면 보훈처에 문의해달라"고 밝혔다.
대통령 바로 옆에 앉는 독립유공자 후손은 상징성이 크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해당 독립유공자의 이력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수조사의 필요성, 드러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