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나가자고 어필하는 무원이
신선숙
늘 같은 길을 산책하면서도 매일매일 그 길을 걷고 또 걷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본다. 아마도 내가 사랑하고 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과 온전히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그런 것도 같다. 집에서는 계속 붙어있는 것 같아도 잠시 눈을 맞출 뿐 이내 다른 곳을 보기 일쑤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 같아도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에 섭섭함이 물밀듯 밀려오기도 한다.
하루종일 나만 바라봐주길 바라는 게 욕심이라는 건 알지만 온전히 내 것이 되는 순간을 몇 시간이라도 갖고 싶은 심정이 자주 든다. 그러니 같은 곳을 향해 걷고, 서로에게만 온전히 관심을 기울이는 산책의 시간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다.
가끔은 하루이틀 산책을 못할 때도 있다. 하루종일 바쁘게 일해서 몸이 피곤한 사람에게 산책을 나가자고 무작정 조르기도 미안하면 일부러 철퍼덕 누워서 나도 쉬고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심전심이라며 자기도 오늘은 도저히 산책할 힘이 없었다고 말하면 마음이 짠해지면서 오늘은 저 사람을 봐주자 싶다. 대신 옆에 착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걸로 됐다. 산책이 정말 좋지만 그보다 저 사람의 '안녕'이 나는 더 좋은가보다.
탁구클럽 남자가 나를 안고 왔다
태어나서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남자에게 안겨 탁구클럽에 왔다. 탁구클럽 마당에 있는 작은 집이 내 집이라는데 겨울이라서 더 그랬는지 나는 그 집이 너무 춥고 외로워서 밤마다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하도 울어서였는지 그 남자는 나를 안고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여자와 아이 둘이 나를 따뜻하게 반겨줬다. 그날 밤 나는 모처럼 깊이 잠들었다. 엄마를 만나는 꿈도 꾼 것 같다. 더이상 다른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아 가족들의 눈치를 살폈다. 뒹굴거리며 예쁜 짓도 해보고 쉬가 마려우면 꼭 베란다에 나가 쌌다.
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키울 생각도 전혀 없었지만 너무 어린 강아지를 밖에 둘 수도 없으니 겨울이 지날 때까지는 나를 이 집에 머물게 하자는 가족회의가 막 끝난 날, 나는 온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서 처음으로 힘차게 왈왈 짖었던 것 같다.
겨울 내내 그 집에서 가족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코가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엄마 냄새가 그리운 건지 다른 강아지 친구가 그리운 건지 이 집에선 맡을 수 없는 다른 냄새가 너무너무 맡고 싶어 코가 근질근질했다. 그러면서 창밖을 바라보는 시간도 길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