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아직은 초저녁이라 해변에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경북매일 자료사진
이전 어느 시절에도 겪어보지 못한 더위다. 이 무더위는 한국 어느 곳에서도 피하기 어렵다. 누구나 더위 바깥으로 가고 싶어지는 시절.
산과 계곡으로의 피서도 좋다. 하지만 대부분의 휴가객들은 '피서'라고 하면 가장 먼저 푸른 파도 넘실대는 바다부터 떠올린다. 한국인들은 특히 여름날의 바다를 좋아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한국을 뒤덮기 전 경상북도와 강원도, 부산의 해수욕장엔 해마다 수십 만 명의 인파가 북적였다. 바로 지금 이 시기가 그랬다.
다시금 재확산 추세를 보이는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감지한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국내 해변으로 휴가를 떠나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른 항공료와 높아진 외국에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이 비교적 안전한 한국 바다로의 여행을 선택하는 이유일 터.
포항 영일대해수욕장과 칠포해수욕장을 비롯한 포항의 해변과 영덕과 울진 등 경북 일대 해수욕장을 지나는 도로는 주말과 평일 할 것 없이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해변마다 넘쳐나는 휴가객과 짜증스런 날씨에도 바다로 향하는 가족과 연인의 얼굴은 환하고 발걸음은 가볍다. 이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누린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기 때문 아닐까.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낮의 바다도 좋지만...
지난 주말. 서울에서 긴 시간을 운전해 연인과 함께 포항으로 휴가를 온 K씨를 월포해수욕장에서 만났다.
"1년 내내 도심에서 직장과 집만을 오가는 서울 사람들에겐 포항의 푸른 바다가 마치 꿈속 이상향 같이 느껴진다"는 그는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와 <동백꽃 필 무렵>을 보며 올여름 휴가지로 포항을 선택했다고 한다.
월포 해변 일대는 <갯마을 차차차>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탔다. 드물게 파도타기가 가능한 한국 해변으로도 이름이 높은 월포해수욕장은 물론, 인근 청하시장에도 드라마 제작의 흔적이 남아 있어 젊은 여행자와 가족 단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실제로 그날 월포해수욕장엔 100여 명 가까운 이들이 파도타기를 즐기고 있었다. 초보부터 전문가 수준까지 다양한 서퍼(surfer·파도타기 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월포해수욕장엔 파도타기가 처음인 사람들을 위한 강습소와 장비대여점이 만들어져 있다. 비단 여름만이 아닌 겨울에도 적지 않은 서퍼들이 월포 해변을 찾는다는 게 파도타기 장비대여점의 설명.
포항 시내 한가운데 자리한 영일대해수욕장 역시 여름휴가를 온다면 빼놓을 수 없는 방문지 중 하나.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이나 강릉 경포대해수욕장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고, 각종 편의시설도 잘 준비돼 있다.
2km 가까운 긴 백사장과 다양한 형태의 카페와 주점, 한식부터 일식, 거기에 이탈리아 요리까지 두루 즐기는 게 가능한 영일대해수욕장은 수심이 낮아 어린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도 그저 그만이다.
영일대 해변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는 건 한국 사람만이 아니다. 적지 않은 외국인들도 구릿빛으로 몸을 태우며 공놀이를 하는 모습을 바닷가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국적 풍경까지 선사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