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웅우옌득쩌이씨이번 한국일정 중 마지막 일정인 좌담회에서 응우옌득쩌이씨가 자신이 직접 목격한 학살과 그 현장 수습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남기
기자회견과 더불어 이번 좌담회에도 응우옌티탄씨의 삼촌인 응우옌득쩌이씨도 발언했다. 쩌이씨는 학살 당시 남베트남군으로 복무했었고, 학살 현장을 망원경으로 지켜보았으며, 미군과 남베트남군 민병대원 그리고 주민들과 더불어 시신을 수습하고 피해자를 구출하는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인물이다.
탄씨와는 달리 쩌이씨는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여 증언을 했다. 특히나 학살현장의 목격자라는 점에서 적잖은 국내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학살 당시 탄씨는 무전기를 통해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는데, 그가 무전기를 통해 들은 내용은 "한국군이 퐁니퐁넛 마을에서 주민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고 한다.
퐁니퐁넛 학살의 목격자로써, 이번에 한국에 와서 증언을 한 쩌이씨가 원하는 것은 "나 자신이 목격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한국정부가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아래는 좌담회에서 쩌이씨가 증언한 내용중 일부다.
"퐁니퐁넛 마을에 있던 한국 군인들이 총을 난사하고, 집들을 불에 태우고, 주민들을 집 앞으로 몰아넣은 뒤 집단 사살을 했습니다. (중략) 시체 더미를 마을 근처에서 발견했고, 집 안에서 죽었던 시체와 집 밖 연못에서 죽었던 사람들까지 총 12구가 있었는데, 집 안에서 죽었던 사람들 시체는 거의 다 불에 탄 상태였습니다."
학살 부정하는 이들에게 하고픈 말 묻자... "스스로 되돌아보라"
좌담회에서 있던 질의응답 시간에 글쓴이는 질문을 했다. 질문의 주된 내용은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해 부정하는 집단과 인터넷에 존재하는 네티즌들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 민간인 학살을 부정하는 입장을 내놓는 곳은 단순히 고엽제전우회와 같은 참전용사 단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나무위키를 비롯,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도 한국군 민간인 학살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물론 학살을 부정하는 측의 입장이 학살을 인정해야 한다는 측의 입장보다 여론 면에서 밀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을 단순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 나무위키 같은 경우 수많은 이들이 손쉽게 정보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인터넷 상에서 미치는 영향도 결코 적지 않다.
이러한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글쓴이는 응우옌티탄씨와 응우옌득쩌이씨에게 한국 사회에서 학살의 존재를 부정하려는 이들에 대해 질문을 했다. 이들이 학살을 부정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말은 분명하다. 아래는 좌담회에서 글쓴이가 응우옌득쩌이씨로부터 직접 들은 답변이다.
"그들이 다시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학살의 사실을 살펴보고, 학살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해보라는 말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다음은 응우옌티탄씨로부터 직접 들은 답변이다.
"제가 만약에 제 증언 내용을 부정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라!' 제가 베트남에서 한국까지 찾아온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없는 일을 있는 일로 어떻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저 스스로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그들이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부정하는 사람들은 박정희 정부가 베트남에 파병을 해서 많은 이들에게 태권도도 가르치고, 건설 사업 및 민간인들을 돕는 사업을 했다고 얘기한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박정희 정부가 미국의 요청보다는 다소 자발적으로 명분이 적은 베트남 전쟁에 돈을 벌기 위해 병력과 인력을 파병 및 파견 했다는 점, 한국 경제성장의 과정 속에는 미국이 일으킨 전쟁으로 죽은 베트남 민중의 피와 가난했던 한국인들의 피가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좌담회 전에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했던 쩌이씨는 "박물관에 있는 대민사업 관련 내용의 경우, 적어도 나 자신은 남베트남 정부에서 일하면서 한국군이 그러한 일을 자신의 지역과 동네에서 벌이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물론 지역마다 다를 수는 있으나, 다른 한편으론 한국의 베트남 대민사업이 얼만큼 영향력이 있엇는지 또한 제대로 따져봐야 할 것이다.
8월 11일 좌담회를 끝으로, 응우옌티탄씨와 응우옌득쩌이씨는 12일 베트남으로 돌아간다(관련 기사: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로 가족 잃은 피해자... 그가 바란 것).
마지막으로 민간인 학살 부정론에 대해 하나 더 첨언하고 싶다. 2000년대 들어 진상조사를 거친 국민보도연맹 학살이나 여순사건, 제주 4.3 사건 등도 과거에는 학살의 존재를 부정하는 이들이 많았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고 본다. 1980년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광주에서 벌인 국가 폭력도 한때는 국내에 제대로 보도조차 어렵지 않았는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도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직시하는 게 필요하다. 퐁니퐁넛 학살 사건과 같은 비극적인 일은 현 한국 정부가 인정해야 하는 또 다른 우리 역사의 아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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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피해자, 한국 떠나기 전 남긴 말 "한국군에 가족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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