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째 목련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주민 ㄱ 씨가 지난달까지 살던 집. 부엌 쪽 천장에서 물이 새 천장을 뜯어내 배관이 드러나 있다.
경남도민일보 박신
지난해까지 사람이 살던 곳이라며 그가 보여준 집은 문을 열자마자 곰팡이 냄새가 코를 훅 찔렀다. 축축한 공기가 금방이라도 몸을 적실 것 같았다. 부엌 천장 한쪽은 전체가 뚫려 있다. 뚫린 천장 위로 배관이 지나간다. 배관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관리소 직원은 물이 자꾸만 새 천장을 뜯어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지 안 바닥은 너무 오랫 동안 보수를 안해서 포장이 깨져 비포장 처럼 됐다"라며 "여기서 물 안 새고 바퀴벌레 안 나오고 곰팡이 없는 집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목련아파트에서 6년 째 살고 있다는 주민 ㄱ씨는 최근 같은 아파트 1층에서 다른 동 4층으로 이사했다.
그는 "전에 살던 곳은 1층이라 그런지 1년 내내 집이 습했다. 집안 곳곳이 곰팡이로 시꺼멓게 변했고 옷에도 곰팡이가 생겼다. 몇 번이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가려고 했지만, 형편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 "도저히 그 집에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아 지난달 옆동 4층으로 이사했는데 여기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엌 천장 쪽에서 물이 새 테이프를 붙여놨다. 벽지도 어느 새부터 축축하게 젖어 곰팡이가 서려 있다. 월세로 살다 보니 집주인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박경봉 내동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은 목련아파트를 '시한폭탄'이라고 표현했다. 그도 이곳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입주자다.
박 조합장은 "내외부로 드러난 문제 말고도 지하에 오래된 배관이 늘 걱정이다. 빗물부터 생활오수가 지하로 다 유입되는데, 배관이 워낙 오래되다 보니 언제 파손될지 모를 위험이 있다. 지금도 지하에는 온갖 쓰레기로 가득한 물이 있는데 여름에는 그곳에서 모기 등 벌레가 나와 살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전했다.
이어 "집중 호우라도 오는 날에는 지하 물이 넘쳐 감전사고 위험도 있다. 임시로 배수 펌프를 설치해 두긴 했지만 비가 많이 오면 못 버티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전기, 수도가 한순간에 다 끊기게 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