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라나 탑 주변 유물들부라나탑 주변에는 암각화가 그려져 있는 작은 바위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사람 모양을 한 투르크인들의 묘비들도 다수가 남아 있었다.
전병호
부라나 탑 주변에는 고대 상업 민족이었던 소그드인들의 성채 잔재와 마부조레이라고 하는 장군들의 묘지가 남아 있다. 주변 곳곳에는 암각화가 그려져 있는 작은 바위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사람 모양을 한 투르크인들의 묘비들도 다수가 남아 있었다.
이곳 토크목이 고대부터 사통팔달의 무역 거점 도시였음을 알려주는 유물들이다. 이 지역에서는 먼 옛날 발해와의 교역을 알 수 있는 유물들도 출토되었다고 하며 발해의 옛 땅인 연해주 근처에서도 여기 살았던 소그드인의 유물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멀기만 한 줄 알았던 이곳 중앙아시아 초원이 결코 우리와 멀기만 한 곳이 아니었던 셈이다.
돌아와 여행기를 정리하다 보니 우리는 실크로드를 내 준 키르기스스탄에 은혜를 받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의 이기 중에는 초원길을 타고 들어온 것들이 많았을 테니 동서교역의 루트인 실크로드를 내 준 키르기스스탄과 그곳 땅 주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내가 이 나라 대표자도 아니니 우리나라를 대표할 순 없고 그저 이번 여행자들을 대표해 키르기스스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키르기스스탄 유목민의 격언 중에 '손님은 신이 준 선물이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런 문화 때문인지 여행 중 만났던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은 사고가 열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어디를 가도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은 없어 보였다. 부라나 탑 꼭대기에서 만났던 꼬마들도 그랬다.
얼굴형, 피부색, 머리카락 색깔마저도 다른 꼬마 유목민의 후예들은 낯선 이방인에게 경계심도 없이 밝게 웃으며 사진도 같이 찍고 포즈도 취해주며 재잘거렸다. 이렇게 부라나 탑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그때 그 꼬마 유목민 후예들의 얼굴이 다시 보고 싶어 진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생각공작소장, 에세이스트, 춤꾼, 어제 보다 나은 오늘,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