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벌집 제거 작업119 소방관님들의 말벌집 제거 작업. 뜨거운 한 낮 방호복을 입고 작업하느라 땀으로 온 몸이 젖는다.
정병진
그들도 "말벌집이 처마 밑 작은 틈새 안쪽 깊숙이에 있는 거 같다. 처마를 뜯어내지 않고는 말벌집 제거는 불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대신 "살충제를 많이 뿌려 놓았으니 이제 말벌들이 접근하긴 어려울 거다"고 하셨습니다. 두 소방관님은 오전 작업 이후 쉬지도 못하였고 점심도 아직 드시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도 두 분이서 말벌집 제거 작업을 하느라 무척 고생하셨습니다. 손이 닿지 않아 말벌집 자체를 제거하진 못했지만 우리 가족이 말벌에게서 안전하게 지내도록 많이 지쳤는데도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소방관님들이 떠난 뒤 나와 아들, 둘이서 3차 작업에 돌입하였습니다. 처마 밑 틈새를 실리콘으로 막는 작업을 한 겁니다. 혹시나 말벌이 달려 들까봐 방충 모자를 쓰고 비옷을 챙겨 입고 두꺼운 장갑도 끼고 작업하였습니다. 더 이상 말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실리콘으로 입구를 막았으니 살충제 피해 멀리 달아났거나, 사냥을 나갔던 말벌이 그들 집에 들어가진 못할 겁니다. 말벌에 대해 검색해 봤더니 말벌은 "7~8월에 왕성하게 활동을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라고 합니다. 그래서 말벌들이 지난 7월 처마 밑에 집을 지었나 봅니다.
아버님이 양봉을 하시기에 저는 어려서부터 벌통 앞에서 매미 채로 '말벌' 잡는 일을 많이 해봤습니다. '꿀벌'과 '말벌'에 익숙한 편입니다. 하지만 말벌에 쏘이면 꿀벌에 쏘인 정도와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통증이 심하고 많이 붓기에 말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자칫 급소를 잘못 쏘였다가는 사람이 그 충격으로 죽는 일마저 있습니다.
특히 크기가 5cm에 달하는 장수 말벌에 쏘였다가는 매우 위험합니다. 장수말벌은 혼자서 꿀벌 한 통을 한 시간 이내에 끝장낼 수 있을 만큼 무서운 녀석입니다. 장수말벌의 독은 꿀벌의 5백 배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행히 이번 저희 집 처마 밑에 집 지은 말벌은 '장수말벌'은 아닙니다. 집 출입구가 막힌 말벌들이 오늘밤 더 이상 거실로 들어 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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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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