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차이잉원 대만 총동이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중화인민공화국이 이번 방문에 특별히 민감한 이유는 있다. 이것이 단순한 방문을 넘어, 양안관계에 대한 미국의 정책 방향성 전체를 가로지르는 분수령이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다. 지난해 현직 국무장관인 앤터니 블링컨은 영 김 공화당 하원의원의 대정부질의에 답변하면서 중화민국을 "자국민을 넘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국가"라고 칭했다. '국가'라는 표현이 논란이 됐지만, 반 년 뒤 대정부질의에서도 블링컨 장관은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지난해 연말 화상으로 개최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도 중화민국이 초청되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은 2020년 차이잉원 총통의 재선에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중화민국에 무기 수출을 허가하고, 중화민국과 수교하는 국가들을 지원하는 '대만동맹보호법'과 '대만보장법'이 통과된 것도 트럼프 행정부 시절이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문제도 아니다. 분명 무언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미국이 양안관계에 대해 취해왔던 입장은 "전략적 모호함"이었다.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이 전략이었다. 긴장의 고조와 위기를 최대한 억제하며 한 시대를 넘는 것이 미국의 전략이었다.
사실 정확히는 미국만의 전략도 아니었다. 중화인민공화국과 중화민국까지 3자가 겉으로는 다른 목표를 말하고 있었지만, "현 상태의 유지"라는 명제에는 모두가 은밀하게 찬동하고 있었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미국과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의 대가를 감당할 수 없었고, 미국은 국제사회의 질서를 굳이 해치고 싶지 않았으며, 중화민국은 어떻게든 국가체제가 존속되는 상황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변화하는 정세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3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중화인민공화국은 "중화민족의 부흥"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의 '중화민족'이 단순히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만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은 더이상 팽창의 욕구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것은 3자 모두의 은밀한 동의로 이루어졌던 양안관계의 "현 상태"가 파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 섬에 착륙한 것은, 단순한 의미일 수 없다. 이제 미국은 분명히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양안의 "현 상태"를 어떻게든 뒤집겠다면, 미국은 분명히 민주국가의 편에 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제 동아시아의 안보국면은 과거처럼 모호함이 전략인 시대가 아니다. 중화인민공화국도 미국도, 또 중화민국도 이제는 더 이상 모호한 "현 상태"에 만족할 수 없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그런 상태에서, 미국의 분명한 입장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이번 방문에 민감해 한 것은 그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고위급 인사의 방문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중화인민공화국 측이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가한 수없는 압박을 뚫고 타이완 섬에 착륙한 펠로시 의장은 그런 의미를 안고 차이잉원 총통과 만난 것이다.
미래의 동아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