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올해 2분기 형사부 우수 검사로 선정된 박세혁 인천지방검찰청 형사2부 검사가 3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계곡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성호
"피해자인 남편분이 특별히 뭐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방송에 나왔던 쓸쓸한 그 모습 그대로더라고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보고 나니 결과적으로 남편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수사팀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3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인천지방검찰청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난 박세혁 검사가 '계곡살인 사건'을 수사하며 겪은 일을 설명하는 도중 "피해자인 이은해의 남편 양아무개씨를 꿈에서 만났다"며 한 말이다. 그는 "이은해와 조현수가 구속되기 직전 잠적해 버린 상황에서 (피해자에 대한) 죄책감에 많이 시달렸다"면서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상황을 우리의 무능함 때문에 저버린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나 힘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지난 4월 16일, '계곡살인 사건' 용의자 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가 인천지방검찰청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로 구성된 합동수사팀에 의해 경기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한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공개수배 17일만이었다. 박 검사는 "이은해와 조현수가 체포된 당일도 새벽까지 근무하다 퇴근했다"면서 "너무 힘들다 보니 '정말 못해먹겠다'는 마음까지 들었는데 낮에 체포됐다는 연락 받고 수사팀이 모두 모여 기뻐했던 순간이 지금도 잊지 못할 기억"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 7월 26일 대검찰청은 '계곡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재판에도 공판검사로 참여한 박세혁 인천지검 형사2부 검사를 올해 2분기 형사부 우수 검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2021년 2월 인천지검 검사로 발령 난 뒤 '계곡살인 사건' 수사를 통해 주범 이은해와 조현수 등이 저지른 살인미수 2건을 추가로 밝혀냈고 두 사람을 직접 구속기소했다. 또한 2021년 11월 층간소음을 이유로 일가족 3명을 크게 다치게 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도 수사했다. 당시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던 사건으로 박 검사는 공판에도 직접 참여했다.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징역 22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는 이른바 '인천 연쇄 살인 사건'으로 알려진 살인범 권재찬에 대한 사건 수사도 맡았다. 지난 6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2019년 '안인득 사건' 이후 3년 만에 권재찬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아래는 박 검사와 나눈 대화 주요 문답이다.
"큰 사건과 인연이 닿았던 것"
- 형사부 우수 검사 선정, 스스로 생각한 선정 사유는?
"계곡살인 사건이나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권재찬 연쇄강도 살인사건 등 이슈가 많이 된 사건들을 의도치 않게 연이어 맡게 돼서 선정된 거 같다. 사실 대다수 검사들이 검사 생활하며 살인 사건은 한 번쯤 해보고 싶어 하는데 오래 하고 싶어 하진 않는다. 일단 살인 사건 피해자 시신을 봐야 하고 조사과정에서 유족도 만나야 한다. 심적으로 굉장히 힘들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 보니 연달아 하게 됐고 대검에서 이를 좋게 봐준 거 같다. 물론 (인천지검) 검사장님 비롯해 차장님 이하 간부들, 수사관들, 실무관들이 모두 고생했기 때문에 '계곡살인 사건' 같은 큰 건을 처리할 수 있었다. 그분들한테 감사한 마음이다."
- '계곡살인 사건', 부담은 없었나?
"엄청 컸다. 전담수사팀이 편성됐고 당시 2개 검사실이 투입됐다. 무엇보다 3년 만에 재개되는 워낙 특이한 사건이라서 수사 초창기에는 과연 이게 될까도 싶었다. 하지만 수사팀이 종합적으로 논의한 결과, '이은해, 조현수에 의한 계획적인 살인'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때부터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에 임했다. 그러다 '복어독 살인미수'와 같은 중요한 단서(텔레그램 메시지)를 밝혀낸 거다. 하지만 살인미수가 밝혀져 이은해와 조현수에 대한 신병처리를 하겠다 마음먹은 상태에서 갑자기 두 사람이 (2021년 12월)잠적해 버렸다. 그때부터 정말로 어려웠다. 아마 앞으로도 이 이상 어려운 사건은 맡기 어려울 것 같다."
- 이은해와 조현수의 잠적 후 언론 관심이 더 커졌다. 결과적으로 공개수배 후 검거하긴 했지만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같다.
"(2022년 3월 30일) 공개 수배로 전환한 뒤 전국에서 제보 전화가 왔다. '이은해 같은 사람이 있으니 한번 확인해 달라'는 연락이었다. 문제는 코로나 때문에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식별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국민들께서 제보 전화를 주신 것이니 하나하나 진위 여부를 따졌다. 제보가 온 해당 지구대에 연락해 협조를 구하고 확인했다. 그러다 보니 수사팀이 거의 밤낮없이 제보 전화받고 확인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다들 지쳐갔다. 이은해와 조현수가 체포된 당일도 다르지 않았다. 새벽까지 근무하다 퇴근했다. 너무 힘들다 보니 '정말 못해먹겠다'는 마음까지 들더라. 그런데 그날 체포됐다는 연락을 받은 거다. 수사팀이 다 같이 모여 모두 기뻐했던 순간이 지금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꿈에서 만난 남편 윤씨, 쓸쓸한 모습 그대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