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이것이 정치다>(7월 28일) 대담 일부
민주언론시민연합
TV조선 <이것이 정치다>(7월 28일)에 출연한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 정말 이준석 당대표와 함께하기 힘들다면 직접 사퇴를 요구하고 새로운 당대표를 뽑아 국민의힘 지도체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단서를 붙이면서 말이죠. 이도운 논설위원과 김근식 전 실장은 과거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며 당무와 공천권을 쥐고 있던 관행이 정치개혁을 통해 사라지게 된 이유를 모르는 것일까요.
노무현 대통령 당선 후 종식된 '대통령 정당 총재 겸직'
한겨레 <사설/정당민주주의 훼손하는 대통령의 '여당 지배'>(2015년 10월 2일)에 따르면, 과거엔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하면서 당무를 좌지우지하고 여당을 통해 국회까지 통제했습니다. 2014년 10월 발표된 논문 <대통령 정당권력의 비교 연구 :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중심으로>에도 잘 설명돼 있는데요.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는 모두 대통령이 정당 총재를 겸직했습니다. 당헌‧당규에서 총재의 공천에 대한 전권을 보장하는 한편, 공천심사 기준으로 '애당심'이나 '당 발전에 대한 기여'와 같은 주관적 잣대를 적용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인사들이 공천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결국 정당 총재인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확고히 유지되고, 소속 의원들은 재선을 위해 대통령에게 충성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지속됐습니다. 대통령 의사와 의중이 정책으로 원활하게 이어지는 장점은 있지만, 대통령의 집권여당 지배력이 커지며 입법부 한 축인 집권여당이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왔죠. 이런 상황은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이 당정청 분리를 선언하고 당 총재직을 맡지 않기로 하면서 종식됐습니다. 비로소 대통령이 일반 당원 자격으로 당 공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게 된 것인데요. 하지만 이후에도 정부마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공천되고 그렇지 않은 인사들은 탈락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계파공천', '공천학살' 같은 표현이 등장하곤 했습니다. 이처럼 정당 민주화는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이도운 논설위원과 김근식 전 실장은 과거 기나긴 정치개혁과 정당민주화 과정을 거쳐 종식된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오히려 적극 촉구했습니다. 집권여당이 입법부의 한 축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삼권분립을 잊은 듯 말입니다. 게다가 진행자들도 해당 출연자들의 발언에 '정공법'이라고 거들거나 동의하는 표시를 하면서 부적절성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권위주의 태도, 왜 지적 않나
더 큰 문제는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 중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표현에서 드러난 권위주의적 태도를 지적한 곳이 없다는 점입니다. 윤 대통령은 권 원내대표와의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이준석 당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로 칭했습니다.
한겨레는 <사설/"내부 총질" 문자가 드러낸 윤 대통령 '제왕적' 정치행태>(7월 28일)에서 "윤 대통령은 그간 이(준석) 대표 쪽이 내놓은 이런저런 비판과 쓴소리를 '내부 총질'이라고 매도", "경박한 표현도 민망하지만 이견이나 고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비롯한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 출연자 일부는 "그동안 '윤핵관'이라는 네이밍부터 시작해서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들을 끊임없이 공격해왔던 게 본인(이준석 당대표)"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내부 총질' 표현이 틀린 게 아니며 사람이다 보니 그럴 수 있다고 옹호하기에 바빴습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이 "대통령이 행여라도 내부 총질이라고 한 게 본심이라고 한다면", "쓴소리를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라며 다소 비판하긴 했지만, 비판의 이유는 윤 대통령 태도 자체가 아니라 지지율 하락이었습니다. "자기 집권여당의 당대표가 하는 걸 내부 총질이라고 인식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제가 볼 때는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한겨레 <유레카/'내부 총질'을 위한 변명>(5월 24일 최혜정 논설위원)에서 최혜정 논설위원은 "소신을 배신으로 낙인찍고 이견을 내부 총질로 인식하는 한, 성찰과 쇄신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며 "민주주의 핵심은 '다름을 온전히 인정하는' 다원주의"라고 말했는데요.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에서 윤석열 대통령 문자 파문을 평론한 출연자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명확한 인식 없이 그저 진영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거나 이준석 당대표를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7월 27일~28일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7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공유하기
윤석열-권성동 "내부총질" 문자파동 감싼 종편 출연자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