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 생각한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파장이 일었다. 헌법기관이자 독립기관으로 정부 각 부처와 행정기관에 대한 감사를 담당하는 기관의 수장이 '대통령의 지원기관'이라고 자임한 셈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감사원이 전임 정부와 인사에 대한 '표적감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참고로 감사원법 2조는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 "감사원 소속 공무원의 임용, 조직 및 예산의 편성에 있어서는 감사원의 독립성이 최대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행정부 견제하라고 감사원에 독립성 줬는데?"
최재해 원장의 '문제적 답변'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였다. 조 의원은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최 원장은 이에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의원은 "(감사원의) 모든 행동과 결정이 (그 답변으로) 설명되는 것 같다"면서 황당하다는 입장을 표했다. 그는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원하는 기관이라니 그게 감사원의 역할인가. 지금 충격이 왔다"면서 "우리가 감사원의 독립성, 예산과 인력, 제도의 독립성을 왜 드렸다고 보나. 행정부를 견제하라고 드린 권한인데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냐"고 따졌다.
조 의원은 앞서 다른 의원과 한 문답 과정에서 드러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감사원 감사 결정의 절차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 원장은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문에 "(국방부 및 해양경찰청의 '월북 판단' 번복 관련해) 보도 나온 것을 보고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판단해서 제가 (감사를) 결정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TV에 나온 사건이라서 (감사) 한다고 하면 안 되지 않나. 헌법에 명시된 회계검사와 직무감찰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감사를) 하셔야죠"라며 "그리고 (감사) 결정을 제가 하라고 했다고 하셨는데 감사위원들과 협의하셔서 결정하셔야지 않나. 도대체 (감사 결정의) ABC가 안 맞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국정 지지율을 올리는 기관은 아닌가. 설마 거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고, 그러면 어떤 의미에서 국정운영을 지원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최 원장은 이에 "국가가 잘 되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감사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30년 동안 (감사원에서) 감사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건, 감사를 통해 정부가 잘 되고, 그 정부가 잘 됨으로써 국가가 잘 되고 국민이 잘 살게 되는 그런 역할이 감사라 생각했다"며 "무조건 감사라는 게, 잘 가고 있는 걸 뒷다리 잡는 그런 건 감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아니, 회계감사·직무감찰 등 (행정기관 및 공무원이) 자신의 역할에 맞지 않는, 의도적이거나 실수로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열어두고 감사원에서 감사를 하는 것이지, 소위 성선설에 기반해서 그렇게 하시면 되겠나"라고 쏘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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