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 I '시스티나 성당' 가변크기, 비디오 프로세서 2대, 프로젝터 34-42대, 비계구조물, 4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993. ⓒ 백남준 에스테이트
김형순
이 작품은 왠지 우리의 고대신화나 고구려 벽화도 연상시킨다. 우리 DNA와 관련 있나? 우리는 '일월성진(日月星辰: 해달별)' 탐구를 좋아하는 '천문' 민족이다. 단군 때부터 써온 우리의 국호 '조선' 중 '조(朝)'를 보면 '별 2개, 해 1개, 달 1개'가 들어 있다.
백남준은 이런 '천문유산'인지 1974년 인터넷 플랫폼인 '전자초고속도로' 프로젝트를 록펠러 재단에 제출해 기금도 탔다. 백남준은 늘 지구를 벗어난 지상보다 넓은 가상개념인 '탈영토' 등에 관심이 높았다. "나의 환희는 거칠 것이 없어라(1977)"는 백남준 발설은 이런 경계 없는 상상력을 발휘한 시스티나 성당 같은 작품을 두고 한 말 같다.
또 이 작품이 독창적인 건, 모든 작가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요즘 말로 가성비 좋은, '최저비용으로 최고예술(Low Price, High Art)'를 만드는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백남준은 이 작품에서 4채널 비디오와 40여 대 '빔' 프로젝트와 '비계(아시바)'만을 썼을 뿐이다.
이 첨단작품을 종합해보면 미디어아트의 3요소인 '사운드, 이미지, 모바일'이 잘 결합한 교향곡 같다. 동시에 선사시대 미술 같은 분위기와 첨단과학과 혼종문화까지 보인다. 게다가 과거, 현재, 미래의 시간이나 지상이나 천상의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세계를 활짝 펼쳤다.
왜 이 작품이 베니스에서 발표된 후, 26년간 서구에서 묻혀버린 이유가 뭔지 궁금해진다. 혹시 이런 첨단전자아트가 서양미술사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파급력이 너무 컸기에? 하여간 이 걸작이 올해 울산시립미술관에 소장된 것은 한국미술계에 큰 경사다.
'바로크 레이저', 포스트 비디오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