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일대 아파트 단지(자료사진).
권우성
추경호 부총리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조세원칙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조세제도를 구조적으로 개편해 국민의 세 부담 수준을 적정화"하려 한다고 알렸다. 그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세제 개편을 한다고 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발언이다.
IMF는 지난 3월 '2022년 연례협의 보고서(ArticleⅣ)'에서 한국에 콕 집어 '보유세 강화-대출 규제 강화'를 권고했다. IMF뿐만 아니라 OECD, 월드뱅크 등 대다수의 국제기구들이 한국의 경제불평등 완화와 포용적 성장을 위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관련 기사:
재산세·종부세 낮추자는 윤석열 정부... 민주당이 사는 길은 http://omn.kr/1zkzt ).
누더기가 된 현재 종부세의 기형적 구조를 바꿀 필요는 분명하다. 주택 수와 가격·지역별에 따라 세율이 천차만별이 되는 현 종부세 구조는 바꿔야 하는 게 맞지만, 그러나 이렇게 '무조건적 부자감세' 방식이면 곤란하다.
정부가 내놓은 현 종부세의 개편 방식은, 부동산 세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와 조세원칙에 맞게 바꾼다기보다는 보유세를 대폭 낮추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기 때문이다. 보유세는 잘만 설계하면 자산의 양극화를 방지하고, 부작용 없는 세수 증대뿐 아니라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세금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은 양도세도 깎고, 다주택자 보유세도 깎고, 1주택자 보유세도 다 깎아버리는 방식이다.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면서도 부동산에 과하게 쏠리는 자금 흐름을 생산적인 분야로 돌리기 위해서는, 현 OECD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을 더 끌어올리고, 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은 낮춰가는 게 맞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안에서는 그런 고민은 읽히지 않는다.
만약 정부가 내놓은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낮은 대한민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선진국형 부동산세제와는 더욱 멀어지는데 이걸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할 수 있을까?
종부세의 역할... 민주당 어떤 선택할까
저출산과 인구 고령화의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히는 한국은, 향후 급증할 복지 지출을 위한 세수 확보 방안,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과 수도권의 양극화, 자산 양극화 문제 해결 방안 등이 시급한 상황이다. 인구가 집중되는 수도권 및 광역대도시 도심의 토지가치 상승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거둬 지방으로 보내는 종부세의 기본 취지는, 결국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상승한 토지가치를 전 국민이 함께 누리자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 필요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종부세의 이런 본 취지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해 지방-수도권의 격차를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이번 세제개편안은 다수 언론이 지적하듯 부자감세와 다주택자를 위한 배려만이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은 이미 발표되었고, 공은 이제 국회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다수 의석을 지닌 민주당은 과연 종부세의 취지를 살리는 방식으로 부동산 세제 협상을 할 수 있을까?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다는 민주당의 강령이 진심인지를 가늠하는 시간, '국민을 대변한다'는 국회와 정치인들을 주목해서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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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권고도 무색... 깎고, 깎고, 또 깎은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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