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지난 19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거제옥포조선소 1도크를 찾아 농성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을 만났다.
정영현
지난 6월 2일부터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농성이 벌써 5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부터 가로·세로·높이 1m 0.3평 철 구조물 안에 스스로를 가둔채 농성하고 있고, 하청 노동자 3명은 지난 14일부터 서울 산업은행 앞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라는 하청노동자들의 외침은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언론 매체들은 '위기'와 '손실'을 앞세워 파업 투쟁을 '이기주의'로 몰아간다(관련 기사:
파업 무관심하더니... 대통령 말에 정부·사측 입장 보도 '우르르' http://omn.kr/1zwee ). 일단 언론에서 보도한 제목을 보자.
협력업체 120여명 불법점거에 세계최대 독 마비 (조선일보, 7.2.)
민노총 하청 파업 47일… 대우조선 협력사 7곳 '눈물의 줄폐업' (조선일보, 7.18.)
[취재수첩] '10만명 생계' 안중에 없는 대우조선 하청노조 (한국경제, 7.18.)
(사설) 국민 돈으로 살린 대우조선, 노조가 사지로 몰고 정부는 엄포만 (매일경제, 7.19.)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조선업 세계 1위' 위상 타격 (세계일보, 7.19.)
대우조선 파업으로 1조 손실 끼쳐놓고…"손배소 내지말라"는 노조 (한국경제, 7.20.)
위와 같은 보도들은 하청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제대로 소개하지도 않은 채, 자극적인 사진 등을 통해 노동자간 갈등, 노-노 갈등을 부각시킨다. 거기에 더해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의 손실 액수를 강조하거나 하청업체의 폐업을 노동자 파업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우선 이들에게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지금의 노동 환경에서 이대로 살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이번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투쟁의 대표적인 요구는 임금 원상회복(임금 30% 인상)과 노동조합 인정이다. 이마저도 19일 사측과 협상에 들어가면서 요구하던 %를 낮춘 것으로 보도됐다.
언론은 하청노동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들여다 본 걸까
이들의 임금 원상회복 요구는 지난 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임금이 30% 넘게 삭감된 것을 원상복구하라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은 계산에 넣지도 않았고, 그저 기존에 받던 임금의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30% 인상'이 무리한 요구라고 한다. 그러나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관련 긴급 국회 좌담회(6.6)'에서 공개된 원천징수영수증 자료를 보면, 조선소 경력 15년의 선박 가용접원의 실제 소득이 2014년에서 2021년 사이 31%가 줄어든 사실이 확인된다. 그 결과, 15년 넘게 일한 숙련된 하청 노동자가 받는 임금이 월 250만 원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관련 기사:
"목숨 걸고 15년 일해도 최저임금...불법? 윤 대통령 속 편한가" http://omn.kr/1zviq ).
조선업은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로 돌아가는 산업이다. 원청인 조선소 아래에 1차, 2차 또는 그 하위의 하청업체들이 존재하고, 각 하청업체는 다시 업무 진행을 위해 물량팀(일이 있을 때만 반짝 팀을 만들어서 단타로 치고 빠지는 형태)과 계약하기도 한다. 중간 업체가 많다보니 하청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임금을 받기 어렵고 고용이 극도로 불안하다. 물량팀에 소속되어 일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아예 현황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다단계 하청 구조 자체도 문제지만,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들에게 불공정한 행위를 일삼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20년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의 '하청업체 단가 후려치기'를 불공정 거래로 보고 과징금 부과에 검찰 고발까지 한 바 있다. 풀이하자면, 대우조선해양의 납품 단가를 후려치기가 하도급 업체에 손해를 입힐 정도라고 보고, 이를 시정하라고 명령한 것이다(과징금 153억원 부과).
지금 하청노동자 임금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 것도 대우조선해양이 하청업체들에게 지급하는 기성금(공사대금)을 올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언론사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공정거래위가 이미 '불공정 거래'라 본 하청단가 후려치기, 하지만 언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