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중앙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아 상담하러 온 시민들로부터 채무상환 애로 등을 청취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코인 투자하려고 빚까지 낸 이들을 정부가 왜 도와주나. 이러니까 TK(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공무원 김정연(33, 가명)씨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 조치를 향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모아놓은 돈으로 지난해 처음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는 김씨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큰 손실을 봐 좌절했지만, 그럼에도 '내 투자 책임'이라는 생각이었다"며 "이번 조치를 보니 '정부가 왜 나는 안 도와주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가 도와줘야 할 이들은 '빚투족(빚을 내 투자한 투자자들)'이 아니라 창업을 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사업을 삶의 기반이 무너진 청년들"이라고 강조했다.
'빚투 청년' 구제 방침에 분노한 '보통' 청년들
윤석열 정부가 '빚투 청년'을 구제하기 위해 내놓은 대책이 '보통 청년'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 14일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금융부문 민생안정 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신속채무조정 특례를 신설, 당초 빚을 내 주식·가상자산 등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청년층의 재기를 돕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 기사:
청년층 주식·코인 투자 실패, 정부가 떠안는다 http://omn.kr/1ztl0)
기존 신속채무조정은 정상적으로 채무를 갚고 있지만 조만간 이자가 연체될 걸로 예상되거나, 채무 상환이 연체된 지 30일 이하에 해당하는 채무자를 구제하는 제도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채무자에게는 이자율이 최대 15%로 제한된다. 최대 3년인 원금 상환유예 기간의 이자율도 15%를 넘지 않는다. 대신 프로그램 이용료로, 신청비 5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이번에 정부가 1년 한도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신속채무조정 특례에선 혜택이 더 늘어난다. 만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의 '저신용 청년'이 그 대상자인데,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채무 이자율이 30~50% 가량 감면된다. 가령 채무 이자가 10%로 결정된다면, 여기서 3~5%포인트가 내려간 5~7%가 실제 납부 이자율이 된다. 뿐만 아니라 원금 상환유예 기간 이자율도 3.25%가 적용된다. 별도의 프로그램 신청비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자신이 한 투자는 손실까지 스스로 책임진다는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발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 중인 김민식(26)씨는 "이미 정부는 코인 투자가 위험하다고 여러차례 경고했다"며 "그런데도 일부 투자자들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빚까지 내 투자를 했다. 그걸 왜 우리의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냐"고 반발했다.
그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씨는 "코인 가격이 급등해 돈을 벌면 투자자가 혜택을 누리고, 코인 가격이 폭락해 돈을 잃으면 정부가 그들을 구제해줄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생기면 이후 투자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주가가 요동치는 틈을 타 주식시장에 진입한 '동학개미' 김다이(31)씨 역시 정부의 이번 조치가 청년들의 빚투를 부추길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열심히 돈을 버는 사람들은 이번 조치를 보면서 '대충 살아도 나라에서 빚을 다 갚아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정작 나도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뭘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청년들의 빚투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고금리에 대출 이자 갚기도 버거운데..."빚투 구제 말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