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 유럽연합(EU) 대사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형법 41조 1호와 250조 2항 중 '사형'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 변론에 참관 하고 있다.
이희훈
사형제 폐지 국가는 10년 전보다 대폭 늘었다. 매년 전 세계 사형현황 보고서를 내는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에 따르면, 2010년 96개 국가에서 2021년 108개국으로 증가했다. 실질적 폐지 국가까지 포함하면 전체 144개국으로 206개국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2021년 사형제 집행 국가는 18개국으로 역대 가장 적은 수치를 보인다. 2010년 23개국보다 5개국 더 줄었다. 사형제 유지 국가도 2010년 58개국에서 2021년 55개국으로 다소 줄었다.
앰네스티가 집계한 2021년 사형 집행 건수 역시, 2010년 이래 두 번째로 낮다. 총 집행건수는 2015년(1634명)부터 본격적인 감소 추세로 들어서 2019년 657명, 2020년 483명까지 줄었고, 2021년엔 이보다 조금 증가한 579명을 기록했다. 이중 90% 가량이 중국, 이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등 5개국에서 이뤄졌다. 다만 앰네스티는 중국 등 국가가 사형에 관한 사항을 비공개로 취급하고 있어 일부 통계는 추정치라고 덧붙였다.
유럽 대륙은 벨라루스를 뺀 모든 국가가 사형폐지국(실질적 폐지 포함)이 됐다. 지난해 12월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 형벌을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아르메니아도 지난해 'UN 사형폐지를 위한 시민적 권리 제2선택의정서'에 가입했다. 러시아 연방은 1999년 이래로, 타지키스탄은 2004년 이래로 사형 집행을 계속 유예하고 있다.
지난해 아프리카 대륙에선 시에라리온, 가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국가가 사형제 폐지에 동참했다. 시에라리온 의회는 자국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의회도 사형제 폐지를 위한 형법 개정안 등의 법리적 검토를 마쳤다. 가나는 형법, 군법 등에서 사형 형벌 폐지 법안이 의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버지니아주는 남부지역 최초로 사형제를 폐지했다. 이로써 총 50개 주 중 23개 주에서 사형이 금지됐다. 남부의 오하이오주는 3년 연속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연방 차원의 사형 집행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미국의 사형 집행 건수는 11명으로 1988년 이후 최저 건수를 기록했다.
쌓이는 연구... "'확실한 처벌'이 범죄 예방"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들은 "법으로 사람을 죽여선 안 된다"고 선언한다. 인간의 생명권은 헌법으로도 박탈할 수 없는 존엄성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헌법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고 이념으로 규정해놓고, 국가가 다시 '조건부'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할 수 있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본다.
사형제의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사형제 실시가 흉악 범죄를 억제한다는 실증적 근거는 충분치 않다. 캐나다는 1975년 사형제를 폐지하기 직전 인구 10만명당 살인율이 3.09명이었으나, 1980년대 2.41명, 2014년엔 1.44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증감을 거듭하다 2020년엔 1.97명을 기록했다.
국내 사형수 중 32명을 심층 인터뷰해 2019년 '사형확정자의 생활 실태와 특성' 보고서를 낸 김대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사형수들이 처벌 수위를 인식하면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으며, 범죄 억제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거운 처벌이 아니라 '확실한 처벌'이라고 밝혀왔다. 또 강력범죄의 발생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해, 사형제와 강력범죄 발생 간의 상관관계조차 입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는 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관점의 응보다. 사형폐지국은 국가가 피해자와 국민의 분노 감정을 해소할 대리자가 될 수는 없으며 현대 형벌제도는 응보가 아니라 범죄 예방을 위한 교화·교육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데다, '살인자를 사형한다 해도 피해가 회복되는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취한다. 함무라비식의 고대 사회 규율 또한 복수의 최대한을 정한 것이고, 같은 방식이 아니라 같은 양의 손해를 범죄자에게 묻기도 했다.
여론에 기대지 않고 결단을 택한 나라도 있다. 프랑스는 1981년 사형제 폐지 당시 국민의 60% 이상이 사형제 폐지에 반대했으나, 당대 집권자의 정치적 결단으로 강행했다. 최근 한국에선 세분화된 조사를 통해 '대체형벌이 있다면 사형제 폐지를 찬성한다'는 여론이 확인되기도 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순히 사형제 폐지 동의를 묻는 질문엔 20.3%만 찬성했으나 대체 형벌 마련을 전제하고 묻자 66.9%가 사형제 폐지에 찬성했다.
재판관 아홉 중 다섯 폐지 동의 언급...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