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평화공원에 설치된 대형 동백꽃. 탐스러운 꽃봉오리가 한 순간 툭 떨어지는 동백은 4.3때 스러져간 희생자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황의봉
검찰의 예상치 못한 문제 제기로 요동친 재판은 7월 26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재판부가 김종민 4·3위원회 위원을 증인으로 불러 희생자 결정 과정과 기준 등을 청취하자고 제안했고, 검찰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4·3에 대해 가장 많은 사실조사에 나선 인물로 알려진 김종민 위원의 발언 내용과 이에 대한 검찰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오는 7월 20일에는 4·3위원회 전체 회의가 처음으로 제주 현지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검찰의 문제 제기에 이어 어떤 분위기가 조성될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새 위원장인데다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당연직 정부 측 위원들이 참석하는 첫 회의여서 향후 4·3과 관련한 새 정부의 태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체 회의에서는 유족 추가신고를 통해 접수된 인원에 대해 '유족 결정'을 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특히 4‧3사건의 피해로 인해 호적(가족관계등록부)이 잘못 등재된 분들이 많다. 호적에 등재되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어 고아가 된 사람들이 나중에 초등학교 입학 등으로 호적을 등재할 필요가 생겼을 때, 이미 아버지가 사망한 상태여서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5촌 삼촌, 7촌 삼촌 밑으로 호적을 등재한 경우다. 4‧3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외아들이어서 가까운 친척이 없는 경우엔 외가 쪽으로 등재돼 성(姓)이 바뀌기도 했고, 증조할아버지 밑으로 등재돼 아버지보다 한 항렬 위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호적도 있다.
이에 대해 4‧3특별법은 4‧3 피해로 인해 호적이 잘못된 사람들은 '다른 법령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위원회의 결정과 대법원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호적을 정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절차를 위임받은 대법원은 대법원규칙에서 호적 정정 대상자를 '희생자'로 국한시켰다.
정작 호적 정정이 필요한 사람들은 유족인데 엉뚱하게 규칙을 제정함으로써 4‧3특별법이 제정된 지 22년 동안 특별법에 의거해 호적을 정정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따라서 희생자의 '사실상의 자녀'들은 유족임을 인정받지 못했고, 최근 개정된 4‧3특별법에 따라 시행되는 보상금도 받지 못할 처지가 되었다.
이에 4‧3위원회 김종민 위원은 지난 4월 6일 <제주의소리>에
'김명수 대법원장께 쓰는 편지… 4.3유족 호적정정 가로막는 대법원 규칙'을 기고했고, 대법원은 이 기고문에서 지적한 대로 대법원 규칙을 개정해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4‧3특별법 시행령 별지서식(호적 정정 신청서 양식)에는 여전히 호적 정정 대상자를 '희생자'로만 못 박아 놓고 있다. 시행령은 국무회의에서 제정하면 된다. 따라서 오는 20일 처음으로 제주에서 열리는 4‧3위원회 때 참석하는 장관들이 모두 국무위원이므로 이 자리에서 시행령 개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71
2018년 봄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현대사의 아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공유하기
검찰의 때아닌 4.3희생자 '사상 검증', 반발하는 제주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