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인간에게 최초의 가축이며, 농경생활을 시작하기 훨씬 전 수렵 채집 생활을 할 때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해 왔다.
조명호
개가 인간과 함께한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동아시아에서 늑대를 가축으로 기르던 과정에서 개가 태어나게 되었으며, 이렇게 태어난 개가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늑대가 먹을 것을 찾아 남은 음식이 있는 인간의 동굴로 찾아오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 유목생활을 하는 인간을 따라 함께 여행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축화가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1만 2000년 전의 이스라엘 유적에서는 인간과 함께 매장된 개의 뼈가 발견되었습니다. 수렵생활을 하던 시기, 인류가 먹고 남긴 음식을 먹으려고 늑대가 인간의 무리로 접근하게 되었고, 짖어서 위험을 알리고 사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간은 늑대의 새끼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추측합니다. 개는 인간에게 최초의 가축이며, 농경생활을 시작하기 훨씬 전 수렵 채집 생활을 할 때부터 인간과 함께 생활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부정적 의미로 주로 사용되는 '개'
개는 이렇게 인간과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해 왔던 동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라는 단어는 일상생활에서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로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개자식, 개새끼, 개떡같네 등과 같은 욕설은 물론이고 우리 속담이나 격언에서도 '개'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뜻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개가 똥을 마다한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 개 꼬리 삼 년 두어도 황모(黃毛) 못 된다,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 못된 개는 들에 나가 짖는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 개를 따라가면 칙간(측간)으로 간다, 개싸움에 물 끼얹는다, 개 팔자가 상팔자, 삼 년 먹여 기른 개가 주인 발등을 문다, 개가 웃을 일이다 등 '개'란 단어는 어디가 부족하고, 못나고, 천하고, 쓸데없는 것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됩니다. 야사에는 충견의 이야기나 주인을 위기에서 구한 개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개'라는 단어는 그 이야기를 무색하게 할 만큼 부정적 의미로 사용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욕설 중에 '개새끼'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대 국어 '개새끼'의 옛말인 '개삿기'는 16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납니다. '개삿기'는 명사 '개'와 '삿기'가 결합한 합성어입니다. 한편 17세기에는 '가희삿기'의 예도 나타나는데, 이는 '개'의 옛말인 '가히'와 관형격 조사 '-의', 명사 '삿기'가 결합한 것입니다. '가히>개'의 변화에 따라 18세기 이후에는 '개삿기'로만 나타납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에 따르면 근대국어 후기에 ㅣ모음 역행동화 현상에 의해 '삿기>새끼'의 변화가 일어남에 따라 '개삿기'도 현대 국어와 같은 '개새끼'로 변화하였다고 합니다. 한편 조선시대 임금들도 개새끼(狗子/狗雛/狗兒)라는 표현을 사용했으며, 이는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욕설에 속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흔히 '개만도 못한 놈' 또는 '개 같은 놈'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보은이나 감사를 모르는 사람, 행실이나 행패가 과격한 사람,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표현할 때 주로 사용합니다. 그 표현 자체에 개는 인간보다 못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과 개를 비교하는 것은 좋은데 왜 항상 인간 말종들을 볼 때만 개와 비슷하거나 개보다 못하다는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을까요?
인간은 전쟁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돈과 치정에 얽혀서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에게 사기를 쳐서 위험에 빠트리기도 합니다. 학교나 회사에서 약한 사람을 괴롭히거나 무시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나이 들고 병든 부모를 방치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으며, 심지어 자기가 낳은 자식을 굶기고 때려서 죽이기도 합니다. 크게 보면 생물들이 함께 살아야 할 지구를 끊임없이 망치고 있는 가장 큰 주범이 인간임에도 왜 사람들은 툭하면 "개"와 비교하며 자신들의 존재를 높게 생각할까요? 오히려 개들이 무언가 나쁜 일이 생길 때 "에이! 사람 같네."라고 하거나 나쁜 개들을 볼 때 "이런, 사람 새끼!"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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