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카페에 올린 모임 관련 글 처음 인원 모집할 때 맘카페에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최지혜
며칠 사이 10명이 넘는 사람들의 연락을 받았다. 주말에 모임을 하기 원했던 워킹맘들과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없는지 문의해왔던 가정보육맘들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모인 사람은 다섯이었다.
모임 하기 딱 좋은 인원은 예로부터 다섯 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서둘러 단톡방을 개설했다. 모임 인원이 정해지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공부할 책을 정하고 모임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모임 장소는 우리 단지 내 작은 도서관, 모임 시간은 평일 10~12시까지.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커피 한잔 사들고 오면 딱 좋은 시간이었다.
발제는 돌아가면서 하기로 했는데, 첫 타자는 내가 맡았다. 다들 얼마나 그림책에 대해 알고 있는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첫 모임이라 부담스러워 할 수 있으니 내가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마지막으로 모임을 시작하기 전 나름대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이름을 부를 것. 우리는 언젠가부터 이름을 잃어버리고 OO맘, OO 엄마로 살고 있다. 사회에 막 발을 떼고 처음 누구누구 씨라고 불리던 때만큼 OO 엄마란 호칭은 낯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는다. 이 모임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참여하는지, 각자가 원하는 바는 모두 다르겠지만 우선은 나를 위한 모임임을 잊지 말았으면 했다.
둘째는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공부할 책은 꼭 읽어오자. 참여자가 책을 다 읽어왔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모임 분위기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어 참여하는데, 그 시간만큼은 알차게 배워가는 게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셋째는 성실하게 참여하되, 아이가 아플 때는 미안해하지 말고 빠져도 된다. 어쨌거나 돌봐야 할 가정이 먼저니까.
이 세 가지 원칙에 '나름대로'라는 딱지를 붙인 건 모임 참여자들에게 "원칙입니다. 다들 꼭 지키세요"라고 대놓고 이야기한 게 아니라, 에둘러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글로 정리하고 보니 모임 때 함께 공유하고 규칙을 정해도 좋겠다 싶다.
사실 돈을 내고 듣는 강의나 학점을 따야 하는 수업이 아니라서, 거창하게 원칙 같은 걸 이야기하는 게 조금 쑥스럽기도 했다. 운영자로서 어떤 것을 논의하고 어떤 것을 강제해야 하는지 아직은 가늠이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 역시 차차 깨닫게 되겠지.
그림책 모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