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많이 본 뉴스’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가 2건 이상인 언론사(6/30)
민주언론시민연합
기사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 중심, 제목엔 '김건희 여사' 부각
6월 28일 '많이 본 뉴스'에 오른 나토 정상회의 보도 대부분은 '대통령 부부의 기내 인사'를 다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마드리드로 향하는 기내에서 기자단을 찾아 인사를 나눴는데요. 첫 순방길에 오른 대통령에게 기자들이 마음가짐을 묻자 윤 대통령은 "특별한 마음가짐이 있겠느냐", "시간이 많지 않아서 얼굴이나 익히고 간단한 현안 확인 수준일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장시간 비행에 프리미어 축구를 봤다는 발언이 화제가 됐는데요.
관련 기사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과 기자들의 대화였습니다. 그러나 기사 제목엔 김건희 여사의 짧은 인사가 부각됐습니다. 뉴스1 <김건희 여사, 기내 깜짝 등장…"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기자단 첫 인사>(6월 28일 김일창 기자)와 머니S <김건희 여사, 기내서 깜짝인사…"감사합니다">(6월 28일 송혜남 기자)이 대표적입니다. 김건희 여사는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인사 이외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언론은 제목에 '김건희 여사'를 내세웠습니다. '김건희'라는 이름이 언론 보도의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가 된 것입니다.
'나토 외교 파장' 언급한 라디오, 인용 보도도 '김건희 여사' 부각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나토 정상회담을 평가한 발언이 보도됐는데, 가장 많이 기사 제목에 오른 것도 김건희 여사 관련 내용입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6월 27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6월 29일 KBS '최영일의 시사본부'·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6월 30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7월 1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등에 잇따라 출연했고, 해당 발언을 인용한 보도가 네이버 언론사별 랭킹뉴스 많이 본 뉴스' 순위권에 올랐습니다.
조선일보 <박지원 "김건희 '팔 흔들흔들'…하도 뭐라 해 주눅든 듯">(6월 29일 김명일 기자)은 KBS1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한 박 전 원장이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국왕부부와 악수한 후 팔을 흔든 모습에 대해 "숙달되면 잘하실 거다. 저는 낫 베드(Not bad), 좋다고 본다"라고 말했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의상을 극찬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프레시안 <김건희 극찬한 박지원 "다른 나라 영부인들에게 꿀리지 않더라">(6월 30일 이명선 기자) 역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박 전 원장이 "일명 '재키 스타일'로 '패션 외교'를 선보인 재클린 여사와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 여사를 언급하며 김 전 대표의 패션을 극찬했다"고 보도했는데요.
기사 제목만 보면 박 전 원장이 해당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의 패션을 칭찬하는데 집중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대담은 한미일·한일 정상회담이나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 등 나토 정상회의 외교 이슈가 대부분입니다. 김 여사 언급 내용은 20초~3분 정도로 적은 분량에 그쳤지만, 언론은 박 전 원장의 발언 중 김 여사 부분을 크게 강조해 보도했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김건희 여사 패션'
스페인 도착 이후 김건희 여사의 일정에 따라 언론사별 '많이 본 뉴스'에는 김건희 여사의 패션에 대한 세세한 기사도 대거 올랐습니다. 뉴시스 <김건희 여사, 팔찌에 이어 발찌 패션도 선보여 [뉴시스Pic]>(6월 28일 이영환 기자), 이데일리 <저가치마 화제됐던 김건희 여사, 6천만원 명품 추정 목걸이 눈길>(7월 1일 장영락 기자) 등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착용한 팔찌와 목걸이의 브랜드와 가격 등을 세세히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김건희, 첫 외교 무대 모든 옷에 붙은 '이 배지' 정체는…>(6월 29일 문지연 기자)에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보인 의상마다 "김 여사는 태극기 배지를 빼놓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김 여사와 레티시아 스페인 왕비가 나눈 "서로의 생년월일과 K-뷰티" 같은 소소한 이야기까지 기사화했는데요. 조선비즈 <'우크라룩에 태극기 배지'…패션 주목 받은 김건희 여사의 외교 데뷔전(종합)>(7월1일 양범수 기자)은 "우크라이나 깃발을 연상시키는 듯한 노란색 블라우스와 하늘색 치마 차림"의 김 여사의 마지막 의상을 언급하며 3박 5일 일정과 드레스코드를 총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이데일리는 "김 여사의 의상, 액세서리 등도 일반에서 가십으로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가십을 제공하는 주체가 언론 스스로라는 것은 모르는 듯했습니다.
반중 노선 우려, 김건희 여사 서면조사 불응엔 무관심
MBN, 우려 외면한 채 성과 일색 보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세일즈 외교' 성과를 거뒀다는 긍정 평가도 있으나 다수 언론은 중국 반발을 우려한 향후 대응을 과제로 꼽았습니다. 미국이 한국 정부를 나토로 초청한 데다 나토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위협의 대상으로 명시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현지 브리핑에서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기가 끝나가고 있기 때문에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언론은 '반중 노선' 본격화에 따른 우려와 분석을 내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