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전조보다 희망의 씨앗을 심어가야
권지성
지역사회 단위의 복지를 강화해야
먼저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을 나열해 보겠습니다. ▲집 ▲음식·옷·생활용품을 살 수 있는 소비공간 ▲병·의원 ▲학교 등 교육기관 ▲건강관리·스포츠·문화·여가 시설 ▲공공 재화와 서비스 ▲민간 사회서비스 ▲이동 수단 ▲앞의 모든 것을 구입하거나 지불할 수 있는 소득 또는 그 소득을 대체하는 자원과 서비스 ▲앞의 소득을 얻기 위한 또는 그와 상관없이 보람과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자리 등입니다.
모든 시민은 일상에서 대부분의 요소들가 필요하겠지만, 인구집단에 따라 특별히 더 필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지역사회에 만약 일부 요소가 없다면 상당히 불편하다고 여길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건강 이슈가 발현되는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에게는 가까운 병·의원이 필수적입니다.
노년기 초기의 건강한 어르신들은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 생길 겁니다. 80세 이상이 되면 기본적인 성인병뿐만 아니라 노인성 질환에 대처하는 의료기관, 요양기관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산골 깊숙이 들어가 사시면 위험하겠죠.
미취학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 정도의 부부에게는 학교와 교육기관이 중요할 것입니다. '중학교 전까지 애들은 놀아야지'라고 생각했더라도 학교는 좋은 곳에 보내고 싶겠죠. 그리고 '나만 아는 이기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다면 방과 후에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조금 큰 학교 근처에 집을 얻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은 일자리를 갖고 재택근무가 가능하거나 프리랜서이거나 자산이 넉넉한데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에게는 그저 한적한 산책길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지만, 차로 이동해서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문화여가시설이 있다면 더 좋겠죠.
어떤 이들은 '날 좀 내버려 둬'라는 심정으로 지방으로 떠나왔을지도 모르겠고, 그렇다면 내버려 두는 게 낫겠지만, 기질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생활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비율도 낮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 이민자들과 유학생들에게 한인교회가 필수 아이템이듯이 시골에서는 교회가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마을공동체 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됐지만 이주 가족이 마을의 터줏대감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새로 이사 온 사람들을 환대하는 사회서비스도 필요할 것입니다. 사회복지사들이 잘하는 일이죠.
지난 20여 년간 지방에는 다문화가족과 외국인노동자의 수도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농촌지역에 많은 이유입니다. 이들을 포함하여 지방·지역·마을·동네에서 새로운 건강한 공동체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사회서비스 제공자들과 기존 마을주민·이주자들이 함께 노래하고 춤추어야 할 '우리들의 블루스'일 것입니다.
결론입니다. 일단 수도권과 지방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삶을 지향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고, 어떤 국가와 사회·공동체를 만들어가려고 하는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것입니다.
세계 190여 개 국가 가운데 인구가 1천만 명을 넘는 국가는 92개국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00개가 넘는 국가는 서울보다 인구가 적습니다. 인구가 300만 명을 넘는 국가는 135개국입니다. 인천광역시보다 인구가 적은 국가가 60개 이상입니다.
150만명 규모인 대전광역시보다 인구가 적은 국가도 50여 개입니다. 대부분 섬이나 도시국가이지만, 마카오나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처럼 잘 알려졌고, 부유한 국가들도 있습니다. 인구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그 지역사회에 사는 주민들이 얼마나 평안하고, 행복하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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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현상의 은밀한 맥락과 패턴을 탐구하는 질적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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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에서 지역쾌적화로, 이제야 숨쉴만해진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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