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위기 대한민국> 표지 이미지
웨일북
- '우리는 지난 50년 동안 나무를 심자는 캠페인에 집중했다. 산림계에서는 산림 경영을 통해 독일과 같은 임업 선진국을 꿈꾸었지만, 산림 경영의 시작이 나무 베어내기라는 것을 국민에게 이해시키지는 못했다'
이 부분이 좀 인상 깊었는데요. 산림 경영의 시작이 왜 나무 베어내기인지 설명해 주신다면요?
"산림 경영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요. 최근 우리나라에 산불이 많이 일어났죠. 산불을 예방하려면 활엽수를 심어야 하는데, 지금 있는 나무를 베어내야 새로 심을 수 있어요. 이 외에도 아카시아 같은 나무는 잘 크지 않습니다. 환경을 위해서는 이걸 큰 나무로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베어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쟁으로 황폐해진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구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나무는 무조건 심고, 지켜야만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그때 심은 나무는 단기적으로 키우기는 좋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정한 주기에 따라 수종을 교체해야 합니다. 그런데 나무를 베어낸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요.
이를테면 우리나라 저수지를 보면 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죠. 이러면 저수지의 역할을 제대로 못합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저수지를 이렇게 관리하는 경우는 없어요. 결국 환경을 위해서 매니징 할 건 매니징하고, 관리할 건 관리하고, 쳐내야 할 건 쳐내고, 보호할 건 보호해야 합니다. 무조건 나무를 심으면 좋은 거고, 베어내면 나쁜 거라는 인식을 걷어내야 합니다.
또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자연을 그냥 내버려 두면 스스로 회복하고, 알아서 잘 굴러가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고 봐요. 이제는 인간이 적극적으로 나서 지금 일어나는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인 환경 관리자로 나서야 합니다."
- 식량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대략 20퍼센트에 불과하다. 주식으로 사용하는 식량의 경우 45퍼센트 정도'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농업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해서 식량자급률을 늘리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요? 물론 그 과정이야 쉽지 않겠지만 답은 명확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당연히 그런 활동도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이게 구조적으로 좀 쉽지 않은 문제가 있어요. 최근 우리나라도 식단 구성이 많이 바뀌어서 밀과 고기의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쌀은 흉년이 들면 좀 모자라지만, 평년에는 남아도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밀 재배를 좀 늘리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할 수 있을 텐데요. 문제는 경제성입니다. 쌀은 수입할 때 관세로 방어가 됩니다. 국내 생산량이 아주 중요하죠. 그런데 여기서 밀을 심으려면 농경지는 한정되어 있으니 쌀 대신에 심어야겠죠. 그런데 밀은 국제 가격에서 관세가 거의 없고, 우리나라가 다습한 지역이라 생산비도 높고, 해외에 비해 퀄리티가 좋기도 힘들어요. 그러니 생산비는 높은 데다, 품질이 월등하지도 않을뿐더러 보호받는 시장도 아니에요. 농민들 입장에선 밀을 재배할 이유가 없습니다.
콩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콩은 밀과 달리 많이 올라가는 추세이긴 합니다. 국산 콩 자체도 그렇고 국산 콩으로 두부 같은 것은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시장이 무작정 커지긴 어렵습니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근본적으로 국내 자급률을 올리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 그러면 해결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금 농업계가 너무 고령화되어 있습니다. 농장주 평균 연령이 68세고, 농업에 종사하는 40대 이하는 고작 1퍼센트에 불과합니다. 농업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려면 족히 10년은 걸리는 일이에요. 그런데 농업 전문 인력이 부재하다 보니 농업 인프라 구축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무슨 일을 하려면 우선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걸 제대로 이해하고 전략을 세우는 전문 기관이나 부서가 있어야 합니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그 외에도 농업 분야의 여러 나라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3~4개 나라에서 80% 이상을 수입해요. 굉장히 편중되어 있는 거죠. 나머지를 메꿔줄 다른 공급선이 필요합니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기술 투자하는 방법도 있겠죠. 우리나라와 상대 나라, 기업 모두에 도움이 됩니다. 곡물 스와핑처럼 몇 개 나라와 위험할 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작전을 짤 수도 있고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나라가 지금 식량 위기에 처해있고, 미래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 세대만 살고 말 게 아니잖아요. 그간 우리나라가 식량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이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어젠다로 삼아야 합니다."
"탄소중립 여정 멈출 수 없다, 다른 대안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