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만든 부추전
이혁진
며칠 전 휴일 꿀꿀한 분위기를 파악한 집사람이 점심을 앞두고 말을 건넨다.
"오늘 부추전 어때요?"
"...."
"부추가 싱싱하니 드셔봐요"
"...."
내가 심드렁한데도 집사람은 어느새 밥상에 부추전을 내왔다. 향과 함께 파릇하게 구운 '부추전'이 먹음직스럽다. 한입에 달아난 입맛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게걸스럽게 먹고 나서야 집사람에게 미처 고맙다는 말을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사실 집사람이 부추전을 해준다고 할 때 내가 선뜻 대답하지 못한 데는 그만한 사연이 숨어있다. 한참 어려울 때 집사람이 부침개로 나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렸다.
근 20년 전 내가 신병으로 투병하며 병원을 전전할 때 집사람은 호구지책으로 한동안 식당을 차린 적이 있다. 순전히 밥집 가게였는데 단골 손님 중에 비가 오면 빈대떡을 주문해 집사람이 이때 익힌 솜씨가 부침개였다.
손님 앞에 막걸리와 함께 내놓은 파전 부침개는 보기에도 군침이 돌았다. 파전과 김치전은 비오는 날 주문이 많아 인기였다. 해물파전 맛이 소문나면서 나중에는 식당 대표메뉴로 등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