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밤 한미일 정상회담에 들어간다. 그러나 부산 일본영사관 인근 항일거리에서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대 집회가 열렸다. 현장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모습.
진군호
"아니 도대체 왜 간 겁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 등의 일정에 들어간 29일. 부산 일본영사관 옆 항일거리에서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데뷔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군 1호기를 타고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길에 나섰다.
이날 규탄 집회는 '나토행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예상됐지만, 100여 명에 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나와 자리를 채웠다. 사회대개혁 부산운동본부 일제강제징용노동자상건립특별위원회 소속 단체 회원인 이들은 내리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윤 대통령 나토회의 참석 규탄한다', '일제강제징용 사죄배상하라' 등 준비해온 손피켓을 들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조석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기름값 폭등에 불평등은 가속되는데 지금 어디에 가 있느냐"라며 "정신이 나간 대통령이 나토를 끼고 전쟁 위기라는 불길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이 망동을 멈추지 않으면 거대한 민중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장도 날렸다.
공군 1호기 발언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스페인 이동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외교 일정이)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정상들) 얼굴이나 익히고 간단한 현안들이나 좀 서로 확인하고 '다음에 다시 또 보자' 그런 정도 아니겠느냐. 만나봐야지"라고 첫 순방의 소감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박희선 부산노동자겨레하나 공동대표는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갖는 무게감을 언급하면서 문제점을 꼬집었다.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소환한 박 대표는 "그런 정도라면 뭐 하러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세금을 써가며 스페인까지 날아가느냐"라고 직격했다. "나토 정상회의는 미국 주도의 신냉전 구도에 끌려가게 됨을 의미하는데, 대통령으로서 상당히 안일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라는 우려였다.
"신냉전 구도에 끌려가면 안 돼", "사죄배상없는 관계개선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