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주기 제23차 대전산내학살사건희생자 합동위령제가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산내 민간인학살 현장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내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는 빗속에 진행된 위령제에는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대한불교 조계종 광제사, 천주교 대전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원불교 대전충남교구 등 4대 종단 대표들의 종교제례와 세종손글씨연구소 회원들의 붓글씨 퍼포먼스가 사전행사로 진행됐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묵념으로 시작된 본 행사는 유족대표인사를 비롯해 헌작(제례), 평화공원조성·유해발굴계획 설명, 추도사, 추모시 낭송, 추모공연 등 순서로 진행됐다. 모든 참가자가 제단 앞에 헌화·분향하며 위령제를 마무리했다.
이날 유족대표인사에 나선 전미경 (사)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하늘도 땅이 무너지던 암흑의 그 시절, 이승만 정권은 우리들의 부모와 형제를 빼앗아 저 죽음의 구덩이에 몰아넣고 빨갱이 자식이라는 올가미를 목에 걸고 한평생을 살게 했다"며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100만 명이 학살당했건만 어찌하여 가해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단 말입니까"라고 비통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1기 때 못했던 모든 문제를 재정비해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 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추도사에 나선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은 "발굴 현장을 돌아볼 때마다, 구멍 난 두개골과 탄피들을 유심히 바라본다"며 "이분들이 희생될 당시에 이 골짜기에 메아리쳤을 구령 소리나 화약 냄새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불안과 공포, 절망과 고통을 이들에게 안겨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발굴된 유해의 수가 진실규명을 통해 확인된 희생자보다 많아졌다. 2기 진실화해위원회는 아직도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유해를 발굴하는 한편, 지금까지 발굴한 유해들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라면서 "내년에는 적정한 예산이 확보되어 발굴된 유해의 일부라도 유전자 감식을 통해 유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박규용 상임대표도 추도사에서 "산내 골령골 민간인 학살과 같은 참혹한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을 사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많은 분이 산내 골령골을 찾아주시고, 유가족들의 아픔에 연대의 손길을 뻗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대전 산내 골령골이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역사의 장이자 기억장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는 위령제에 처음 참석한 유족도 있었다. 이명자(85,서울), 이정순(81,대전) 자매는 한국전쟁 당시 자신들의 오빠가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다가 산내 골령골에서 희생당했다고 했다.
이정순씨는 "당시 어머니가 오빠 시신이라도 찾으려고 여기를 와서 다 찾아봤지만 못 찾았다"며 "평생을 오빠 생각을 하시며 눈물을 흘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TV를 보다가 소식을 알게 돼 올해 처음 왔다"라며 "70년이 넘어서야 오빠가 묻힌 곳에 오니 너무나 분통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