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마늘동서 덕분에 마늘 단골이 생겨 발품 팔지 않아도 마늘을 살 수 있다.
이숙자
총 10kg짜리 두 망이 왔다. 마늘 값은 10kg에 택배비 포함 9만 원이었다. 마늘 10kg은 200개 정도라고 막내 동서가 말해 주었다. 200알이면 우리가 말하는 2접이다. 내가 산 마늘은 전부 4접이다.
커다란 박스를 열어 보니 마늘에 흙이 전혀 묻지 않고 깨끗하다. 마늘을 캐서 바로 씻어서 말렸는지, 지금껏 많은 마늘을 사 보았지만 이처럼 깨끗한 마늘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돈을 먼저 받지 않고 물건부터 보내는 일도 처음이었다.
물건을 보내기 전 문자로 물건 값과 계좌번호 보내라고 했지만 물건 보내면 그 안에 가격과 계좌번호가 있을 거란 말을 했다. 사람을 신뢰하는 마음이 흐뭇했다. 지금도 이처럼 순박한 마음을 가진 분이 있구나 싶어 놀랍다.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 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택배를 받고 고마운 마음에 바로 송금을 했다. 그런 다음 송금했다고 곧바로 전화를 했다. 마늘 잘 받았다고, 내년에도 주문한다는 말과 함께.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무엇이든 물건을 사는데 나는 아직은 아날로그 세대라서 그런지 그게 익숙하지 않다.
사람은 사회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산다. 나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지만 내가 필요한 먹거리를 농사 짓는 분이 계셔 감사하다. 그분들의 땀방울이 있어 우리는 필요한 물건을 가만히 앉아서 사서 먹을 수 있다. 이제는 신경 쓰지 않고 마늘을 살 수 있는 곳을 알게 되어 마음이 편하다.
마늘 20kg이면 일 년 동안 남편 흑마늘 만들어 주고 양념 마늘로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이제 마늘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는 단골이 생겨 너무 좋다. 나이 들면 몸도 마음도 간결하게 살고 싶다. 많은 것을 신경 쓸 기운이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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