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배달 오토바이
연합뉴스
이렇게 퀵서비스업계 사정을 전한 B씨는 A씨처럼 전직 자영업자였고 가게를 처분한 후 퀵서비스업에 뛰어든 지 6년 차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도 오토바이로 퀵서비스를 했었지만, 수년 전부터 오토바이 퀵서비스 일감이 눈에 띄게 줄어 오토바이 대신 자동차로 바꿨다고 했다.
"코로나19 재난 직전부터 오토바이용 '퀵서비스' 요청이 줄더라고요. 그러다 코로나19 재난 중에는 급격히 나빠졌고요. 제 사견이지만 퀵서비스가 오토바이만 탈 줄 알면 할 수 있는 직업이다 보니 퀵서비스 업종에 사람들이 많이 뛰어든 것 같아요.
그래서 최근에 오토바이에서 차량으로 바꿨어요. 차량용 퀵서비스가 오토바이보다는 경쟁이 덜 치열하고 짐도 많이 실을 수 있어 괜찮다 싶어 바꾼 건데, 한동안 매출이 좋더니 요즘 떨어지기 시작하네요. 다른 사람들도 차량으로 갈아탄 건지..., 이런 상황에서 요즘 물가 폭등까지 겹쳐서 정말 걱정이네요."
그와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물가와 더불어 서민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원래 전세 대출이 있었어요. 더 넓고 좋은 집을 위해 대출을 받은 게 아니라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냥 집값과 전셋값이 그렇게 올랐으니 어쩌겠어요? 쫓겨나지 않으려고 오른 (전세금)만큼 대출을 받았죠. 그런데 이번에 부모님이 이자라도 줄이라며 도와줘서 대출금을 갚았어요. 나이 드신 부모님에게 죄송하면서도 정말 감사하더라고요. 늘어난 대출 이자까지 부담했으면 정말 힘들뻔 했거든요."
그는 이어 자신의 아내도 최근 반도체 공장에 취업하여 본격적으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선택이 정말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B씨 부부는 아이 셋을 둔 다둥이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이전에 꽤 매출 좋은 가게의 사장이었다. 그런 그가 잘나가던 가게를 처분해야 했던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이었다. 적어도 아내만큼 가게가 아닌 집에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교육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 판단하여 가게를 정리하고 자신은 적어도 주말에는 쉴 수 있는 퀵서비스 기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로 인해 그에게 '외벌이'라는 선택지는 선택할 수 없는 선택지가 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 속에는 가족에 대해 미안함이 가득했다.
"경력이 단절된 주부가 동네 아르바이트도 아니고 재취업이 어디 쉽나요? 취업 가능한 곳이 굉장히 제한적이죠. 이번에 취업한 공장의 근무 조건이 3교대에요. 3교대가 보통 힘든 일이 아니거든요. 어느 날은 새벽에 출근해야 하고 어느 날은 철야를 해야 하잖아요. 그나마 다행인 건 제 일이 자유업이라 제가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둘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챙길 수 있어 버틸 수 있는 거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내까지 공장에 나갈 필요는 없었는데..."
평가절하된 소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