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종숙 선생님의 업무공간
신재용
- 교무실과 행정실의 차이는 뭘까요? 두 군데 모두 학생들의 발이 잘 닿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교무실은 학생의 학적처리·성적처리 등 학생들과 직접 연관된 업무를 처리하고, 행정실은 학생들과 직접적이지 않지만, 학교 안 근무자의 급여 지급을 비롯한 예산이나 시설 관련 업무를 합니다. 예산이라고 하면 거창한데, 쉽게 말하면 돈과 연관된 일은 행정실에서 집행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교무실도 업무 관련 감사를 받지만) 행정실은 (돈을 다뤄서) 회계감사 대상도 됩니다."
- 행정실무사가 하는 업무를 설명해주세요.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민원, 세입(한 해의 수입), 지출, 계약업무, 물품 관리, 공유재산, 급여업무, 기록물 관리, 시설 관리 등을 해요. 아... 인사 업무 하는 분도 있어요.
세입업무를 말씀드리자면, 이용하는 사람이 내는 비용으로 운영되는 부문(수익자부담)을 주로 다뤄요. 현장체험학습비, 초등학교라면 돌봄교실을 포함한 방과후학교 업무가 있죠. 3월부터 방과후학교를 시작하는데, 과목이 많으면 많을수록 돈을 더 많이 걷어요. 예를 들어 방과후학교 과목이 20개라면 돈도 스무 번씩 따로 걷어야죠.
5월이 되면 교육비 지원 대상자(저소득층 가구)가 선정돼서 그 학생에게 돈을 반환하는데 만만치 않아요.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대상자를 등록하고, '수익자부담'으로 들어온 돈을 '지원자 금액'으로 바꾸는 것을 학교장 결재를 받아야 해요(감액결의). 이 과정이 끝나면 지원 대상 학생이 낸 돈을 학생의 계좌나 신용카드로 돌려주는데, 여기서도 학교장 결재가 있어야죠(반환결의). 징수는 한 번만 하면 되지만 반환 과정은 일을 두 번 하는 거죠. 수입금액과 지출금액이 서로 맞는지도 확인해야 해요. 우유급식도 같은 과정을 거쳐요.
고등학교는 저녁밥이 수익자부담이에요. 학생이 당일에 저녁을 먹겠다거나 먹지 않겠다고 하면 그 또한 하나하나 징수부터 반환까지 과정을 거쳐야 해요.
전에는 학부모 계좌에서 학교 계좌로 자동이체하는 식으로 수익자부담경비를 수납했는데(스쿨뱅킹), 2019년부터 신용카드로도 가능해졌어요. 학부모가 많이 사용하지 않은 신용카드가 있으면 일이 또 생기죠. 학생에게는 돈이 반환 처리됐지만, 학교 회계에는 카드사에 아직 지급하지 않은 '미상계금액'이 생겨요. 건마다 결재를 거쳐야 하죠.
지출업무도 많이 해요. 매달 나가는 학교장 직책수당, 유지보수 관련 용역비, 전기나 수도요금 같은 공공요금이 대표적이죠. 간단해 보이지만 물건 하나 사도 몇 단계를 거쳐요. 품의 내서 물건 사고, 그 거래나 계약(원인행위)에 대해 학교장의 결재를 구하고, 거래 상대방에게 대금을 줄 수 있게 행정실장의 결재를 구해요(지출결의).
이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송금하는 건 전자자금이체(EFT)나 'e교육금고'에서 처리해요. 이 과정을 거치면 하루도 모자랄 때가 많아요. 이런 시스템 작업도 거치지만 챙겨야 할 서류도 만만치 않죠. 인터넷으로 살 때는 대부분 신용카드를 써서 견적서, 매입전표 정도만 있으면 되는데 조달청(나라장터)이나 학교장터, 수의 구입(업체와 일대일로 구입)할 때는 챙겨야 할 서류가 더 많아요. 나라장터 자체적인 서류라던가, 청렴서약서처럼 주고받고를 반복할 서류들이죠."
"단순 보조가 아니라 고유업무, 난도 높은 업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
- 해본 업무 중 가장 힘든 업무는 무엇이었나요?
"급여업무가 어렵죠. 단순히 월급 주는 게 아니라, 4대 보험, 퇴직금, 연차휴가, 연말정산까지 포함하는 업무에요. 생계와 관련된 업무라 예민해지고 압박감을 느낍니다. 잘못되면 그에 따른 책임도 지고요. 또, 근로기준법이나 공무원보수규정 같은 법령을 알아야 해서 난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교직원이 수십 명, 큰 학교는 100명이 넘고 직종도 10개가 넘거든요. 급여체계가 다 달라서 다양한 급여체계를 이해하고 있어야 업무를 할 수 있어요.
일은 어떻게든 하는데, 사람이 괴로우면 더 피곤하더라고요. 몇 해 전에 기록물을 전수조사했어요. 밤낮으로 일주일 정도 했나 모르겠어요. 그때 행정실은 2층이고 문서고는 1층이었어요. 수시로 올라갔다 내려오기 힘들었죠.
행정실에서 급한 거 처리하고 문서고에 가는데, 갈 때마다 행정실장이 '아직도 기록물 하고 있나? 뭐가 중요하다고.' 이 말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졌어요. 아직도 그 말투, 표정 잊을 수가 없어요. 며칠을 문서고에 박혀 있으면 내려와서 어떤 모습으로 하고 있는지 보면서 '힘들지 않냐' '도와줄 거 없냐'고 묻는 게 정인데 말이죠. 1944년 개교한 학교라 전자문서 아닌 기록물이 많았고, 구석구석에 있던 기록물들이 나오더라고요. 특히 교감 선생님 캐비닛에 꼭꼭 숨겨져 있다가 많이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