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고 조순 전 경제부총리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한국 정치, 경제계의 큰 별이었던 조순 증조부님이 노환으로 작고했다. 향년 94세. 서울 아산병원에서 노환으로 치료를 받던 조순 증조부님은 가족들이 임종을 지킨 가운데 생을 마감했다.
조순 할아버지는 나의 9촌 증조부이시다. 고인이 된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며 할머니·아버지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시중 언론에 나와 있지 않는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해보고자 한다.
1928년 강원도 강릉시 구정면 학산리(풍양조씨 평장사공파 집성촌)에서 태어난 조순 증조부님은 학창 시절부터 영단어를 외우기 위해 영어사전 속 단어를 외운 후 해당 페이지를 찢어 삼켜 드실 정도로 학구열이 남달랐다.
증조부님의 아버지인 조정재 고조부님은 한학자셨다. 중학 시절, 조순 증조부님은 어려운 집안 환경 탓에 당신의 숙부님께 유학을 갔었다. 고조부님은 자식의 공부가 얼마나 무르익었는지를 보기 위해 한문 편지를 보냈다. 이를 잘 해석해야 집으로 올 수 있다는 엄명에 보낸 편지를 해독하기가 어려웠던 증조부님은 수많은 한학자들을 백방으로 찾아다녀 겨우 그 뜻을 해석하고 나서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교육열이 남달랐던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아 경기고, 서울대를 졸업한 증조부님은 한국전쟁 당시 육군 통역 장교와 육군사관학교 교관 등으로 군에 복무했다. 전역 후 30세의 나이로 미국으로 유학,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마친 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해 1988년까지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