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2005)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남과 북은 2005년 2월 금강산에서 개최된 제1차 남북공동회의를 시작으로, 2015년 12월 중국 다롄에서 개최된 남북공동회의까지 총 25회의 공동편찬회의를 진행했다. 현재 <겨레말큰사전>에 수록될 올림말 총 33만여 개 중, 약 30만7000여 개(기존어휘 23만 개+새어휘 7만7000개)의 올림말 선별을 완료했다. 선별된 올림말은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집필 작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남북 집필원고 12만5000여 개 단어를 1차 합의한 상태다. 최근에는 <겨레말큰사전> 임시제본을 만들어 남북공동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이 평탄하게만 진행된 건 아니다. 편찬사업은 남북관계가 악화된 시기에 두 차례 휴지기를 가졌다. 첫 번째는 2009년부터 약 4년간 공동작업이 중단됐고, 두 번째는 2015년 이후 현재까지로 공동회의를 개최하지 못했다. 남북공동작업의 중단은 불가피하게 편찬사업의 지연을 가져왔고 국회는 세 차례 법 개정을 통해 2028년까지 사업 기간을 연장한 상태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의 공동작업과 개별작업이 교차하며 진행된다. 편찬사업이 10년 여 간 중단된 상황에서 공동작업이 이뤄지지 못했으나 남북은 개별작업을 통해 편찬사업을 지켜왔다.
통일부장관의 인사검증 요청 건너 뛴 대통령실의 '내정'
최근 논란이 된 이사장 선출 문제는 단순히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자체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공정을 사회적 정의로 제시하며 출범했을 정도로 공정성은 그 어느 때 보다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로 다뤄지고 있다.
문제는 대통령실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인선 절차를 무시하고 공직자를 내정하는 관행에서부터 시작된다.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 편찬사업회법'은 제7조에서 임원의 구성과 임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동 규정에서 편찬사업회는 "이사장 1인과, 부이사장 1인을 포함한 10인 이내의 이사 및 감사 1인"을 두도록 명시하고 "이사장은 통일부장관이 임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임기가 끝난 염무웅 이사장의 후임을 인선하는 과정에서 편찬사업회가 김덕룡 사업회 후원회장, 정도상 사업회 부이사장 등 세 명을 통일부에 추천했다. 통일부장관은 이중 김덕룡 후원회장을 차기 이사장으로 선정해 대통령실에 인사 검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대통령실에서 통일부장관의 이사장 임면 권한을 무시하고, 조명철 전 국회의원을 내정했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장관의 임면 권한을 무시하고 대통령실이 공직자를 내정한다면 어느 누가 우리 사회를 공정하다고 믿겠는가? 대통령실의 공직자 내정은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대통령실이 내정했다고 알려진 조명철 전 의원은 북한경제 전문가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을 총괄할 이사장으로 적합한 인사라고 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