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좌파연합 '뉘쁘'(NUPES)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가 1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정당 본부에서 총선 1차 투표를 마친 뒤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로써 '20년 만에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 마크롱은 불과 한 달 보름여 만에 '20년 만에 의회 과반에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멍에를 함께 지게 됐다. 절대 과반을 잃은 여당은 국정 운영에 비상이 걸렸고 사안마다 그들의 오른쪽 또는 왼쪽 경쟁상대와 협상을 벌여야 할 운명에 처했다.
반면 프랑스 정계에서 퇴출된 줄 알았던 사회당을 포함한 좌파연합 '뉘쁘'(NUPES, '뉘뻬스'로도 발음)는 기존 57석에서 74석을 더한 131석을 확보해 제1야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8석의 군소정당이던 극우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이 무려 81석을 더해 89석을 확보함으로써 프랑스 극우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됐다는 점이다.
프랑스 좌파의 몰락을 선언했던 국내외 다수 언론들은 할 말을 잃게 됐다. 마크롱이 극우의 발흥을 막아냈다는 평가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그 와중에 마크롱의 재선 비결로 그의 경제 성적을 꼽는 국내 한 경제단체의 보고서는 제대로 뒷북이다. 무엇보다 보고서 내용 자체가 친기업적 시각의 곡해로 가득 차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 성적 덕분에 재선에 성공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윤석열 정부가 참고해야 한다는 보고서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마크롱 정부의 지난 1기 경제성적표는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어렵다.
우선 프랑스가 법인세율을 꾸준히 낮춘 것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졌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프랑스의 법인세율이 꾸준히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작년 기준 26.5%로 여전히 한국은 물론 미국, 독일 등 경제 선진국들에 비해 높다.
2021년 GDP 성장률이 7% 상승해 1969년 이후 5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도 아전인수 격이다. 그해 성장률이 예외적으로 높았던 이유는 2020년 팬데믹 영향으로 성장률이 -7.78%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결국 2021년 역시 실질적 성장은 마이너스였다는 의미다. (<
"한국이 또 입증할 것" 국내언론과 상반된 해외의 극찬 (http://omn.kr/1t4xx)> 참조)
프랑스 언론들은 오히려 이러한 마크로니의 경제성장 저해의 원인을 팬데믹에서 찾고 있다. 프랑스 유권자들 역시 마크롱 1기의 경제 성적을 투표의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노동시간과 연령을 연장하려는 마크롱의 노동정책에 찬성하는 여론과 그에 반발하는 여론이 향방을 갈랐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마크롱 대통령은 총선을 앞두고 여성 엘리자베트 보른 전 노동부 장관을 총리로 임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여성 유권자를 염두에 둔 측면도 있지만 자신의 노동정책에 대한 심판을 요구하는 승부수였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이에 보른 총리는 사임 의사를 표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에 의해 반려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시간, 연령을 늘리려는 자신의 노동정책을 포기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제1야당인 뉘쁘, 제2야당인 국민전선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향후 마크롱 정부의 험난한 일정이 예상되는 이유다.
이번 2차 결선 투표를 통해 결정된 최종 의석수는 여당 '앙상블' 245석, 제1 야당 '뉘쁘' 131석으로 다소 차이가 나지만 정작 투표율을 보면 38.6% : 31.6%로 더 근소해졌다. 특히 상대적 선호가 아닌 절대적 선호를 나타내는 1차 투표의 결과를 보면 25.75% : 25.66%로 사실상 두 정당은 동률이었다.
참패의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