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ericianum 미술관에 설치된 작품 겸 사람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 스페셜 교실, 아트그룹 foundationClass Berlin.
김중희
더위를 뚫고 친구들과 함께 관람을 시작한 도큐멘타는 어쩐지 달랐다. 매회마다 다른 전시였지만 이번 '도큐멘타15'는 기존과는 유독 다른 정서가 느껴졌다. 전시 전반의 기획을 우리에게 친근한 아시아 사람들이 맡았기 때문이었을까?
그 전에는 전시 전체를 기획하고 총괄할 예술감독이 남미 또는 유럽 출신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 도큐멘타에서는 루앙루파(Ruangrupa)라는 주로 자카르타에서 활동 중인 인도네시아 아트 그룹이 예술감독으로 지정됐고 '룸붕(Lumbung)'이라는 주제에 맞춰 세계 10여 개의 다양한 아트 그룹이 도큐멘타에 초대됐다. 룸붕은 인도네시아의 공용 쌀 저장창고를 뜻한다고 한다. 나는 이 주제를 듣고 우리네 나눔 문화인 품앗이가 떠올랐다.
이렇게 아시아에서 총감독이 나온 것도 달랐지만 개인이 아닌 그룹이 이끌었다는 점도 기존의 도큐멘타와 달랐다. 또한 개인이 아닌 그룹들이 서로 간에 긴밀히 연계해서 전시회 준비를 해 왔다는 것 또한 다른 도큐멘타와는 다른 색채를 갖게 했다.
2017년 도큐멘타14를 마치고 이번 도큐멘타를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기에 세계는 코로나가 뒤덮고 있었다. 도큐멘타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 아트그룹에 연결된 수많은 작가들은 줌으로 셀 수 없는 미팅을 거치며 서로의 생각을 공유했다고 한다. 이 또한 나눔의 미학 품앗이가 아니던가?
관람객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