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최근 발의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의 내용은 여러모로 문제가 심각하다. 개정안을 발의한 주된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억울하니 법무부장관의 인증제도를 두어 사전에 처벌을 감면해주면 사업주 걱정을 크게 덜어내고 억울한 피해자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걱정만으로 아직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은 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너무도 무리한 개정시도이다.
그리고 개정 내용은 더욱 심각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소관부처(법무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가 여러 개이긴 하나 왜 하필 그 중 법무부장관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안전보건 의무 이행에 관한 고시를 제정하고, 왜 법무부장관이 중대재해 예방 감지 조치 인증을 하고, 이러한 법무부장관의 인증을 받은 기업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처벌 형량을 감경할 권한을 주는 것일까.
법무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이 발생한 경우 그 사건들을 기소하고 위반사항에 대하여 제대로 처벌을 받도록 하는 부처인데, 무슨 근거로 법무부 장관이 중대재해예방 조치 기준을 담은 고시를 만들고, 그 고시에 나온 내용을 이행할 경우 인증을 해줄 수 있으며, 심지어 형량을 감경하거나 면제해줄 수 있다는 것인가.
고시 내용이 느슨하고 형식적인 인증절차를 만들어놓을 경우, 대부분의 기업이 법무부 장관의 인증을 받는다면 해당사업장에서 중대재해사고가 발생해도 인증제도 덕분에 형량을 감경 또는 면제받을 수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휴지 조각 법으로 전락할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검찰이 제대로 위반사항을 파악하여 기소를 유지하고 적정한 구형을 하면, 법원은 형사재판을 통해 선고형을 정한다. 이 때 법원은 피고인들의 각종 양형 참작사유들을 고려하는데, 양형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법원의 핵심적인 사법기능이다. 그런데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개정안은 법무부장관이 고시를 이용하여 사법기능을 침해하고 법무부가 담당하는 행정기능의 범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위헌적이다.
필자는 법률가로서 이러한 입법안을 내놓은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왜 창의성이 이런 데서 발휘되는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개정안이지만 현 정부가 기업의 규제완화를 위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
법체계 원칙에 반하는 경총의 시행령 건의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의 한편에는 경총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건의안이 있다. 경영계는 법 제정 당시부터 이 법이 대단히 모호하고 법 존재 자체가 기업의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왔다. '안전보건확보 의무'가 너무 모호하니 이를 구체화하라는 요구를 해왔고 새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차원에서 가능한 시행령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경총 건의서는 법에서 정한 거의 대부분의 적용범위를 시행령으로 대폭 축소하자는 내용이다. 직업성 질병자 중증도 기준을 '6개월 이상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중대재해 사망자 중 질병사망자에 대한 기준을 시행령 [별표1]에서 정한 질병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책임자 대상 및 범위의 경우도 시행령에 그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신설하고 경영책임자 중 안전보건 책임에 관한 적합한 자가 선임되어 있는 경우 사업대표는 안전, 보건 확보 이행의무의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도급, 용역, 위탁에 대하여 책임범위가 불명확할 수 있으므로 사업목적 수행과 관련성이 있는 도급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임대 및 발주는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본 법에서 정하고 있는 내용은 위임규정이 없음에도 시행령에서 본 법의 내용을 축소하는 건의안이다. 이는 국회가 입법한 법에 대상과 범위를 정할 경우에만 시행령으로 정할 수 있다는 법체계 원칙에 반한다. 지난 6월 중순 고용노동부장관은 기업들의 안전보건체계를 갖추도록 독려하는 자리에서 '안전보건 체계구축의 노력을 먼저해야 시행령 개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라는 상식적인 답변을 하였다.
안전보건 체계구축을 위한 첫 단계는 '반성'
기업들은 여전히 안전보건 확보 이행의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며 불만이다. 필자가 보기엔 중대재해로 안타까운 목숨들이 죽어간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그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발생한 사고에 대한 반성적 태도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사업장에서 발생했던 크고 작은 산업재해들은 그 기업의 안전보건 체계의 약한 고리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기업들의 걱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나, 경총 차원에서 정부에 시행령 건의서를 내기 전에 사업장에서 발생했던 여러 사고들을 철저히 분석하여 어떤 방식으로 예방체계를 갖출지, 어떤 방식으로 안전보건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했는지 정부와 국민들에게 알리는 노력을 먼저 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개정 시도들이 예상된다. 법을 만들기 위해 모았던 그 마음과 뜻으로 법률 개악 시도를 막고 더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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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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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 충격에 빠뜨린 국민의힘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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