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카페 운영자가 공개한 사진 전하며 의문 제기 안 한 중앙일보(5/24)
유튜브 캡쳐
비판의식 없는 팬카페 인용은 계속됐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개방된 청와대에서 KBS <열린음악회>가 열린 5월 22일, 청와대 본관에서 윤 대통령 부부가 어린이합창단과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 사진은 5월 24일 팬카페 운영자 강신업 변호사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대통령 부부의 공식일정 중 촬영된 사진이 어떻게 팬카페 운영자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게 마땅했지만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심지어 강 변호사가 각각의 사진에 짧은 설명을 붙이며 '원본사진'이라고 밝혔는데도 말입니다.
이어 1급 보안구역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부부가 찍은 사진이 5월 29일 팬카페 페이스북에 공개됐지만, 언론의 보도태도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한국경제는 <김건희 여사, 반려견과 대통령실 나들이…팬카페에 사진 공개>(5월 29일 김인엽 기자)에서 "대통령실에서는 보안 등의 이유로 대통령 전속 사진가와 대통령실 출입 사진기자단만 사진을 촬영하고, 대변인실의 검증을 거쳐 외부에 공유되는 게 보통"이라면서도 "대통령실 안팎에서 찍은 사진이 대변인실을 거치지 않고 팬카페에 먼저 올라온 건 이례적"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 집무실 사진 무분별 인용하더니 돌연 비판
조선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김건희 팬클럽 계정에 공개된 윤 집무실 그림들, 작가의 정체는>(5월 30일 이가영 기자)에서 집무실 사진에 담긴 두 장의 그림이 어느 작가의 작품이고,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설명할 뿐이었죠. <김어준 "대통령 부인이 집무실 놀러간 사진은 처음…기이한 상황">(5월 30일 김자아 기자)에서는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선…비판이 나왔다"고 전하며 집무실 사진이 공개된 데 대한 비판을 야당 지지자의 비난 정도로 치부했습니다.
이튿날에도 팬카페 사진 공개에 대한 비판을 야당 일각의 주장 정도로 전하던 조선일보는 <기자의 시각/뜨악한 대통령 사진 배포>(6월 1일 김동하 기자)를 통해 첫 비판을 내놨습니다. "대통령 집무실은 공적 공간"으로 "여기서 대통령 부부를 찍은 사진이 대통령 부인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전례도 없거니와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내용입니다. "'공적' 사진을 '사적'으로 유통하는 대통령 부인 팬클럽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동아일보 <광화문에서/타협할 수 없는 대통령 부부의 사생활>(6월 3일 홍수영 정치부 차장)에서 홍수영 정치부 차장은 팬카페를 통해 집무실 사진이 공개된 후 "야권에서 비판 좀 하겠는데…"라고 말하고는 지나쳐버렸다며 안일한 인식을 고백한 뒤, "사진이 팬카페를 통해 유통된 방식이 괴이"하고 "대통령 집무의 엄중함 때문에 그곳에선 휴일이라도 '일상 코스프레'를 해선 안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건희 팬덤정치 영향력, 누가 키웠나
6월 13일 김 여사가 자신이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에서 전무로 활동한 김량영 교수와 봉하마을까지 방문한 이후 대부분 언론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동아일보는 김건희 여사가 팬클럽을 통한 사진 공개와 공식 일정에 지인을 동반해 비판을 자초했다고 꼬집었으며, 조선일보는 대통령 부인의 팬클럽이 국정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으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중앙일보는 김건희 여사가 공사 구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매일경제는 대통령 부인은 공인이므로 팬클럽과 거리를 두고 부속실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언론이 하나같이 김건희 여사가 팬클럽과 거리를 두고 공식일정은 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비판한 것입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의 팬덤정치가 영향력을 키우게 된 데 언론의 책임은 없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김건희 여사 팬카페에 올라온 게시물과 각종 반응을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퍼나르고 전한 언론 스스로의 자성이 절실해 보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3월 10일~6월 16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기사 중 김건희 여사 팬카페 관련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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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카페 인용할 때는 언제고... '김건희 팬덤 비판' 언론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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